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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는 떠났지만...남은 과제 '첩첩산중'

메르스는 떠났지만...남은 과제 '첩첩산중'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5.07.2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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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권고 이튿날 "메르스 끝났다" 정부 공식 선언
개선 과제 하나같이 난제, 피해 보상은 갈등 예고

 ▲국회 메르스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정부가 메르스 사태의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제도 개선을 위한 후속 작업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적지 않다. 피해 보상 부분은 갈등 요인까지 안고 있다.

정부가 WHO 기준보다 서둘러 종식을 선언한데는 정치적 판단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 침체를 조속히 회복하고, 최근 불거진 국정원 해킹사건으로 인한 여론의 부담도 덜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보다 하루 앞서 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종결됐음을 선언했다. 전문가단체로서 소신있는 의학적 판단을 내림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키고, 이를 통해 의료기관 이용 기피 현상을 해소해 국민을 질병으로 부터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남은 것은 제도개선을 통한 감염병 사태의 재발 방지책 마련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정책적·행정적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신종감염병 대응 방역체계 마련을 위한 제도 개선·보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제기되고 있는 방안들은 한결같이 정치적·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난제들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또는 보건의료부)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급물살을 탔으나 의료계와 일부 정치권만 공감을 표하고 있을 뿐 현실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정부가 마련한 후속 대책 속에 보건부 독립 방안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간병 문화 개선을 위한 포괄간호서비스 확대도 간호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병원들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 감염병 예방 관련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료계 요구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는 응급실 과밀화 해소 역시 응급실에서 다루는 질병 기준을 재정립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감염병 예방관리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R&D 투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보건의료 R&D 투자비율은 국가 전체 R&D 대비 불과 2.5% 수준이다. 명분은 충분하지만 한정된 예산이 발목을 잡고 있다.

환자의 대형병원 선호 행태 개선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통해 달성할 수 있으나, 이미 구조화·고착화된 전달체계 왜곡 현상을 바로잡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감염병 대응의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낸 보건소의 역할 재정립도 지자체 의지 없인 어려운 사안이다.

현재 국회에는 메르스 사태 이후 제출된 감염병 관련 법률 개정안 수십 건이 계류 중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관리법) 개정안만 26건이 심의 대기중이다.

국회 계류 중인 법안 대부분 '의료계 규제 신설'

이목희 의원이 대표발의 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기관·의료인에 대한 보고 및 업무 감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뿐만 아니라 지자체장도 의료기관에 진료개시 명령 등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감염병 사태에 대한 지자체의 신속한 대응을 위한 취지지만 의료계는 행정명령 체계의 혼란이 예상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부좌현 의원이 제출한 감염병예방관리법 개정안은 감염병 관리시설에 대한 자료 요청 및 시설 방문점검을 명문화했다. 김용익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경우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시 국가와 지자체가 의료기관·의료인을 강제 동원할 수 있도록 의무화 했다.

또 이명수 의원의 개정안도 의료기관을 감염병관리기관으로 강제 지정하고 시설·인력을 점유·이용토록 규정했다. 신경림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은 대형병원 뿐만 아니라 200병상 미만 중소병원들도 감염예방 계획 수립, 감염관리요원 배치 등 병원감염 예방 조치를 의무화 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

이들 모두 지금까지 없던 규제를 신설하는 방안들이어서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상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국회는 24일 메르스 피해 보상을 위한 추경 예산 2500억원을 통과시켰다. 애초 여야가 합의한 5000억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정부는 조만간 구체적인 집행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의료계는 행정명령에 따른 직접 피해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자진 폐쇄, 자가격리 의료기관·의료인에 대한 보상도 마땅히 정부가 해줘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부는 보상심의위원회를 가동해 개별 심사하겠다는 방침만 밝히고 있을 뿐, 간접피해 보상은 불가하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다.

앞으로 보상심의위원회의 인적 구성, 보상 기준 등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의협은 24일 국회가 추경 예산을 통과시키자 성명을 내고 "전사처럼 메르스와 싸워 온 전국 의료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성토했다.

또 "메르스로 인한 직·간접 피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손실액 추정치는 4100억 원을 초과하며,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경우 1조원을 상회한다"며 "우리가 현실적인 추경예산을 요구하는 것은 한 푼이라도 더 보상 받겠다는 구걸이 아닌 경영난과 줄도산을 막아 달라는 의료현장의 절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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