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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유효성 검증없는 한약 사용 허용 법규 '위헌'

기사승인 2015.12.20  20: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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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안전권·알 권리·보건권 등 헌법 기본권 위배 "똥 말려 먹으면 열병 치료한다는 동의보감 처방도 안전성·효과 입증 면제"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이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없이 한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법규는 국민의 생명과 보건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다고 20일 밝혔다.
 
과의연은 "헌법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 알 권리, 보건에 관한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안전성·유효성 심사대상에서 한약제제를 제외한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약사법에 한약의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심사 절차를 규정하지 않은 입법부작위 역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현재 의약품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전임상실험과 3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한약제제는 한의학 서적에 처방이 적혀있는 경우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면제토록한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독성 동식물 한약재뿐만 아니라 수은화합물인 주사, 비소화합물인 웅황 등 유독성 중금속도 현재 한의원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과의연은 "막대한 비용과 수년간의 시간이 필요한 임상시험을 의무화한 이유는 이런 과정 없이는 환자를 보호할 수 없고,  오히려 몸에 해로운 물질을 약으로 믿고 먹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효과가 없는 물질을 효과가 있는 줄로 믿고 먹었다가 병 때문에 고통받는 시간이 늘어나고, 치료시기를 놓쳐서 목숨을 잃거나 장애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의연은 "서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행해지던 전통치료법인 사혈(bloodletting)요법은 1800년대 임상시험 이후 사혈요법을 받은 환자군이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오히려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돼 폐기됐다"며 "수천 년 동안 사용되어 왔으니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믿고 있지만 오랫동안 사용했다는 사실이 안전성과 효과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 의학계의 상식"이라고 밝혔다.

과의연은 1990년대 벨기에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광방기·마두령 등의 한약재들이 다이어트 약으로 사용됐으나 수백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신장이 손상되고, 암이 발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광방기·마두령 등의 위험성을 모르고 계속 사용해오다 2005년에야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 때까지 한의사는 아무런 제한 없이 해당 한약재들을 사용했고, 제약회사에서도 마두령을 원료로 하는 한약제제를 만들어 판매해 왔다.
 
과의연은 중국에서는 2010년 한 해 한약과 관련해 1만 3420건의 심각한 부작용을 비롯해 총 9만 5620건의 부작용이 집계될 정도로 부작용이 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3월 대법원은 한약 부작용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에게 한의사의 말만 믿고 신속하게 의사를 찾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한의사의 책임을 80%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한의사가 한약 부작용의 증상을 변비 때문이니 괜찮다고 한약을 계속 먹게 했는데 이 말만 믿고 신속하게 의사를 찾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20%의 책임을 환자에게 물었다.

강석하 과의연 원장은 "대법원에서는 한의사가 한약의 부작용을 제어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는데, 한약을 안전성 검증없이 한의사 마음대로 사용하게 한 현행 법규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동의보감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자 국보라는 점에서 국민에게 신뢰받고 있고, 정부도 동의보감 내용대로 한약제제를 만들면 검증없이 일반의약품으로 승인해 주고 있다"고 지적한 강 원장은 "동의보감 내용을 보면 황당하고, 위험하며,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처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밝혔다.

동의보감 처방에는 사람의 똥을 말려 끓인 물에 타 먹으면 열병을 치료한다는 처방을 비롯해 오줌·머리의 때·여성의 생리 분비물 등의 약효를 설명하고 있다.

강 원장은 "한의사가 이런 물질을 환자에게 약으로 쓴다고 해도 현행 제도상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약의 경우 효능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으로 엄격한 증명을 거쳐 승인받아야 하지만, 한의사들은 효과를 입증하지 않고도 한약의 효과를 마음대로 주장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과의연은 한약에 대한 검증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지 않으면 한의사들 스스로가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할 리가 없으므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의연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대리하고 있는 황인석 변호사는 "국가에게는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한약서에 기재돼 있다는 것만으로 한약 및 한약제제에 대해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면제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옛날부터 효과가 있다고 믿고 쓰여온 치료법들 대부분이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기대심리에 의한 위약효과 이상의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한약에 대한 쥐 실험에서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연구가 종종 보고되는데 이는 마치 쥐를 위해 인간을 실험동물로 사용한 꼴이다. 한약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와 근거자료가 국내외 학계에 무수히 보고되어 있음에도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기본권 침해"라고 말했다.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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