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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시 천공 사망...대법 원심 뒤집고 "의사 무죄"

생선가시 천공 사망...대법 원심 뒤집고 "의사 무죄"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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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시 식도 천공, 배농 위한 개흉술 후 사망...1, 2심 업무상과실 유죄 판단
대법원 "의료상 과실과 결과 발생 사이 인과관계 증명 등에 관한 법리 오해"

▲ 대법원은 의료과실 판단 땐 의료인 주의의무 위반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사건(2014도6540)에서 "의료상 과실과 결과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의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형사재판에서 의료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의료인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사건(2014도6540)에서 "의료상 과실과 결과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의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의사 A씨에게 유죄 취지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합의부에 환송했다.

B씨는 2009년 3월 20일 03:48경 '전날 매운탕을 먹은 뒤 목에 걸렸던 생선가시가 위로 내려가 배가 쓰리고 숨 쉴 때마다 뒤틀리는 느낌이 난다'면서 A병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

3월 20일 18:00경부터 심한 진통과 고열을 호소하자 A씨는 항생제와 진정제 등을 투여하고 흉부 엑스레이·복부 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했으며, 3월 23일 오전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했다. 내시경 검사에서 B씨의 식도에 생선가시가 박힌 것을 발견, 12:00경 이를 제거했으며, 제거 부위 주변에 점막 부종 및 궤양이 관찰되자 식도 천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B씨에게 흉부 방사선 검사와 임상적 관찰을 권고하했다. 내시경 검사상으로는 식도 천공에 의한 식도 주변의 이차적인 변화나 식도 천공의 임상적 근거는 관찰되지 않았다.

B씨는 생선가시 제거 후 통증이 완화되고, 체온도 생선가시 제거 후 3월 27일까지 37.1℃ 이하를 유지했으며, 백혈구 역시 제거 전 11,400/μL에서 제거 후인 2009년 3월 25일 6,400/μL, 3월 27일 오전 6,000/μL 등으로 정상으로 유지됐다. 호중구 비율도 정상 수치였다.

A씨는 3월 23일 17:10경 B씨에게 물을 섭취하도록 지시하고, 복부 불편감을 호소하지 않자 3월 24일 저녁부터 미음을 제공했다. B씨는 3월 24일 18:17경 '배에 가스 찬 듯이 더부룩한 느낌이 있다'고 했으며, 3월 25일 03:00경부터 속이 쓰린 통증을 보였다. 같은 날 아침에는 미음을, 점심과 저녁에는 일반식을 섭취했다.

3월 25일 흉부 엑스레이 검사 결과, 흉수소견이 관찰됐으나 상태는 이전보다 호전됐다.

A병원 호흡기내과 의사는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 대한 협의진료에서 '식도 천공과 종격동염이 의심되니 흉부 CT를 찍어서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고 회신하자 A씨는 3월 25일 23:20경 금식을 지시했다.

3월 26일 흉부 CT 촬영 결과, 급성괴사성 종격동염과 종격동농양이 확인되자, 3월 27일 오전 흉부 고해상도 CT와 식도조영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흉부 고해상도 CT 검사 결과에서는 '하부식도와 종격동 농양과 연결된 구멍이 없음'이라는 소견이, 식도조영술 검사 결과에서는 '명백한 누공은 없으며 조영제가 새지는 않음'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3월 27일 15:20경 흉부외과에서 B씨는 농을 배출하기 위한 개흉술을 받았으며, 3월 28일 19:00경 개흉하지혈 수술을 시행했으나, 3월 29일 01:30경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에는 선행사인이 '식도 천공', 중간선행사인이 '식도 천공에 의한 종격동염 및 농양', 직접사인이 '다량출혈 및 심인성쇼크'로 기재됐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에서는 B씨의 식도에 누공이 관찰됐다.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2012년 9월 28일 A씨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 금고 8월에 2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인 청주지방법원 역시 "식도이물인 생선가시를 즉시 제거하지 아니하고 식도천공 및 종격동염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아니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 벌금형(10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생선가시 제거를 지연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생선가시 제거 이후 피해자의 활력 징후·혈액 검사 결과 등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흉수가 감소하고 있던 양상을 고려하면 생선가시 제거 후 한동안 피해자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피고인의 위와 같은 과실로 종격동염 등이 악화돼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식도조영술 등을 통한 식도 누공이나 누출의 확인 없이 구강섭취를 허용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내시경 검사상 식도 천공에 의한 식도 주변의 이차적인 변화나 식도 천공의 임상적 근거는 관찰되지 않았고, 구강섭취 허용 이후 시행한 흉부 고해상도 CT나 식도조영술 검사에서 계속해서 천공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구강섭취 허용 전에 이러한 검사 등을 했다면 식도 천공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과실로 인해 식도 천공에 의한 종격동염을 유발시켜 피해자가 사망하게 됐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원심은 피고인의 과실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의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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