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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억 환수당한 네트워크 병원, 2심서 '승소'
75억 환수당한 네트워크 병원, 2심서 '승소'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0.0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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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의료법 '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병원' 불법성 달리 규정
서울고등법원 "먼저 개설한 의료기관 적법"...공단 환수처분 취소

▲ 서울고등법원 전경
네트워크병원을 사무장병원과 똑같이 불법으로 판단, 요양급여비를 전액 환수해 온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처분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고등법원은 A병원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 소송(2014누69422)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서울행정법원 2014년 10월 30일 선고 2014구합11526)을 취소했다. 소송비용은 모두 공단이 부담토록 했다.

A병원장은 2012년 8월 24일 의사 B씨가 지출한 자금으로 개설한 A병원의 개설자 겸 원장으로 재직했다. B씨는 2012년 8월 31일 다른 지역에 C병원을 개설했다.

공단은 2014년 4월 A병원장에 대해 "의사 B씨가 A병원장의 명의로 A병원을 개설하고,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함으로써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과 제4조 제2항(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을 위반했다"며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에 근거, 2012년 8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약 75억 원은 부당이득금이라며 환수처분을 했다.

A병원장은 부당이득금 환수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서울행정법원 2014구합11526)이 청구를 기각하자 항소했다. 의사 B씨도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A병원장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한 만큼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한다"며 "속임수나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의 의미는 개별 의료행위에 관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한 "의사 B씨가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함에 따라 A병원이 복수 운영 상태에 놓일 수는 있으나 이는 A병원의 운영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면서 "병원의 실질적인 개설자이자 요양급여비용 실제 수령자를 대상으로 환수처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란 법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된 의료기관만을 의미한다"며 이중개설의 위법성에 근거한 환수처분의 적법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은 "공단의 해석은 의료법 제36조에 정한 시설기준 중 경미한 위반행위가 있음을 간과하고, 행정청이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한 경우까지 모두 무효로 보게 됨으로써 요양기관의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해 당연요양기관지정제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그러한 하자를 모르고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를 한 경우까지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수 없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공단의 주장을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병원은 시장에 의해 적법하게 의료기관 개설허가가 났고,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부여한 행정처분에 공정력이 인정됐다"며 "제3자인 공단이 병원개설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공정력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4조 2항을 위반했다고 기존 허가가 무효로 된다거나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1항 1호(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당연히 제외되는 것도 아니다"면서 "의료법은 4조 2항의 규정을 두면서도 위반행위에 대해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지 않았고, 의료법 64조에서 정한 개설허가 취소사유로 삼지도 않았으므로 구의료법에 의해 적법하게 개설허가를 받은 의료기관이 무허가 의료기관이 된다거나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의 신설로 무허가 의료기관이 된다거나 행정청이 이 조항을 이유로 기존의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병원은 국민건강보험법 42조 1항 1호의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고, 관할 시장이 개설허가를 취소한 사실이 없으므로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비용을 받는 것 자체가 법률상 원인없는 부당이득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효력이 발생한 2012년 8월 2일부터 A병원이 이 조항에 위배돼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공단의 주장에 대해서도 "복수의 의료기관이 구의료법하에서 순차적으로 적법하게 개설돼 운영하다가 개정 법률 시행으로 복수의료기관 전부를 무효로 하는 것은 당연요양기관지정제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사후 중복 개설된 병원을 폐쇄하는 방법으로 위법상태를 해소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사회·경제적으로 혼란과 비효율을 초래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연요양기관지정제는 국민의 의료보험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재산권 및 직업행사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이므로 요양급여가 이뤄졌음에도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는 비교적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면서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운영했더라도 국민에게 정당한 요양급여가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면 원칙적으로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고, 법익의 균형에도 맞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중복개설 주체를 기준으로 최초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의료기관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문제가 된 A병원은 최초로 개설한 병원이므로 개설 자체가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위배될 여지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법 제 115조 2항 5호(거짓이나 그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보험급여를 받게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의 규정형식은 법정법(행정범)이 아니라 자연범(형사범)으로 본 것"이라고 판단한 재판부는 "보험급여 부정수급죄가 성립하는 범위는 보험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 진료행위에 대해 보험급여를 받거나 금액을 초과해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로 해석된다"며 "보험급여 부정수급죄 적용 범위 역시 단순히 의료법 제33조 2항에서 정한 이중개설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거짓이나 그밖의 부정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부당이득의 징수) 1항에 기초해 보험자가 요양기관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게 되면 행정법규가 정한 부당이득 징수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법상의 법률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는 결과가 돼 피보험자와 요양기관 사이의 계약자유 원칙에 반하거나 헌법상의 비례 원칙(과잉금지)에 위반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A병원장이 보험급여비용을 받는 행위를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1항에서 정한 속임수 그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보험급여비용이 환수대상임을 전제로 한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의 법률적 관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의료법 위반 행위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속임수나 그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는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위반행위가 반사회적이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보호가치가 없는 행위로 보험체계를 교란시키는 정도에 해당해야 할 것"이라며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복수 개설·운영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과 면허자격정지 3개월을 규정하고 있어 제재처분이 가능하다"며 "이 같은 제재 수단이 있음에도 보험체계를 교란시키지 않는 의료법 위반행위를 속임수나 그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는 경우까지 포함해 환수처분을 통해 제재하는 것은 과다한 규제가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 2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한 요양기관이 의료법 33조 2항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로 확인한 경우에는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57조 2항 1호에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의 명의를 대여한 경우(의료법 33조 2항) 개설자에게 연대해 징수금을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에 의료법 33조 8항에 대해서는 명문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의료인의 복수 병원 개설의 불법성을 사무장병원 개설의 불법성과 달리 평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재판부는 "의료법 33조 2항의 경우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이 정당하더라도 의료법 33조 8항 위반의 경우까지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법률 자체가 양자의 불법성을 달리 평가하고 있고, 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병원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 측 변호인으로 참여한 의사 출신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공단은 2012년 8월 2일 복수개설금지 규정 시행 이후 명의 대여 규정을 위반한 의료기관은 당연무효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판결은 당연지정제와 실제 국민건강을 위해 요양급여를 제공해 온 역할을 고려하면 환수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며 "사무장병원은 의료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해 설립이 무효지만 의료인에 의한 복수개설 의료기관은 개설자를 기준으로 제일 먼저 개설한 의료기관은 적법한 개설이므로 의료비를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의료법과 행정절차에 따라 개설한 의료기관이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없고, 개설허가 취소에 의해 효력이 부정되지 않는 한 의료법상 유효하다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복수개설 금지 규정 자체는 입법론이나 헌법상 문제가 없다고 보면서도 현행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의 규정을 체계적으로 고찰해 합리적인 분쟁해결의 기준을 세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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