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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짜리 '상해진단서' 재판부 '외면'

2주 짜리 '상해진단서' 재판부 '외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2.21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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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상해진단서 객관성·신빙성 의심땐 증명력 판단 신중해야"
일상생활 지장 없으면 상해 아냐...신체·정신 상태 등도 함께 살펴야

▲ 대법원 전경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받는 2주 짜리 상해진단서에 대해 대법원이 증명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경종을 울렸다.

대법원 제3부는 최근 열린 상해 사건 상고심(2016도15018)에서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을 이유로 원심(부산지방법원 2016년 9월 8일 선고 2015노2695)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상해진단서의 발급 경위, 진단 내용과 치료 경과, 의사가 진술하는 진단서 발급의 근거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상해진단서의 증명력 판단에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피고 A씨는 2013년 11월 27일 ○○○오피스텔 관리사무실에서 세입자인 B씨와 보증금 반환 문제로 언쟁하던 중 피해자가 피고인의 앞을 가로막자 비키라고 하면서 양 손으로 피해자의 상의 가슴 쪽 옷을 잡아 당겨 옆으로 밀어 넘어뜨려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부 염좌상을 가했다.

피해자인 B씨는 사건이 일어난 날부터 7개월이 다 된 2014년 6월 24일 A씨를 고소하면서 2013년 11월 28일로 기재된 상해진단서를 제출했다. 상해진단서에는 피해자의 병명을 요추부 염좌로 진단하고, 수상일로부터 2주간 치료를 요한다고 적혀 있었다.

상해진단서 발행일이 사건 다음날로 돼 있는 이유에 대해 △△△병원 C의사는 '상해진단서가 2013년 11월 28일 이미 발급되어 있었으나 피해자가 찾아가지 않고 있다가 2014년 6월 19일 내원해서 발급받아 갔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원심은 피해자의 진술과 상해진단서 등을 토대로 상해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상해진단서 발행일에 대한 C의사의 해명과 피해자의 진술에 석연치 않은 점이 없지 않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를 진료하고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C의사는 1심 법정에서 "'밀쳐서 다쳤고, 요추부 동통이 있다'는 피해자의 진술과 방사선 촬영검사 결과 피해자의 요추부가 일자로 서 있는 것을 보고 상해진단서를 발급했다"고 증언했다.

이와 함께 "방사선 촬영검사 결과 일자형 요추가 확인되기는 했으나 퇴행성, 즉 노화의 흔적도 보였고 일자형 요추가 있다고 해서 바로 요추부 염좌라는 진단을 내릴 수 없지만 피해자가 요추부 동통을 호소했기 때문에 요추부 염좌로 진단했다"면서 "동통은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확인할 수는 없으므로 환자가 호소하는 대로만 기록하고 환자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요추부 염좌 2주 진단은 얼마든지 나갈 수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이 사건 후 △△△병원을 방문해 C의사로부터 진료를 받기는 했으나, 문진과 방사선 촬영검사 외에 물리치료 등 통증에 대해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고, 처방받은 약품도 구입하지 않았다"며 "이후 다시 병원을 방문하거나 허리 부위와 관련해 치료를 받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 상해진단서의 발급 경위, 진단 내용과 치료 경과, 의사가 진술하는 진단서 발급의 근거 등 여러 사정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의해 요추부 염좌라는 상해를 입었다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힌 대법원은 "원심이 이같은 점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논리와 경험칙에 의해야 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해 사실의 존재 및 인과관계 역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인정할 수 있다"며 "상해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증명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상해진단서가 주로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호소 등에 의존해 의학적인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때에는 ▲진단 일자나 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 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하는지 ▲상해진단서 발급 경위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는지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 및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지 ▲피해자가 호소하는 불편이 기왕에 존재하던 신체 이상과 무관한 새로운 원인으로 생겼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사가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근거가 있는지 ▲피해자가 상해 사건 이후 진료를 받은 시점 ▲진료를 받게 된 동기와 경위 ▲그 이후의 진료 경과 등을 면밀히 살펴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증명력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99도4305 판결, 2005도1039 판결)를 인용, "형사사건에서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함께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라며 "상해죄의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한 폭행에 수반된 상처가 극히 경미해 폭행이 없어도 일상 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처나 불편 정도이고, 굳이 치료할 필요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죄의 상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며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했는지는 객관적·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성별·체결 등 신체, 정신상의 구체적 상태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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