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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원장 영정에 바쳐진 현지조사 지침 개선

J원장 영정에 바쳐진 현지조사 지침 개선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12.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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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선정부터 의협 참여, 막무가내식 더이상 없어
"회원 염원과 정부 의지의 산물...개선 노력 지속"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불합리한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이 개선된 것은 회원들의 염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안산 J 비뇨기과의원장의 안타까운 자살 사건으로 촉발된 요양기관 현지조사 제도 개선이 해를 넘기지 않고 마무리됐다. 평범했던 한 개원의의 죽음과 맞바꾼 현지조사 지침 개정안은 내년부터 적용돼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혜택을 입게 된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29일 "보건복지부가 27일 발표한 현지조사 지침 전면 개정 방안을 J원장의 영정 앞에 바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3일 J원장의 사망 직후 의협의 강력한 요구로 개선 논의가 시작돼 약 6개월간 진통 끝에 마련된 현지조사 개정방안은, 조사 대상 의료기관 선정부터 행정처분 수위 결정에 의료계가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 과거와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다.

구체적으로 의협 등 의료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현지조사 선정심의위원회'가 신설돼 현지조사 대상 기관 및 기획 조사 항목을 선정한다. 지금까지 어떤 요양기관을 조사할 것인지 판단은 전적으로 건보공단과 심평원에 맡겨 있었다.

조사 대상에 선정됐어도 굳이 현장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안이라면, 관련 서류 제출로 끝내도록 '서면조사'가 신설됐다. 임익강 의협 보험이사는 "조사관들이 아무리 친절하게 대해도 진료 중에 의료기관 내부를 왔다 갔다 하면 의료진의 심적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서면조사 제도가 신설돼 현장조사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조사관들이 들이닥친 뒤에야 어떤 부분을 조사받게 되는지 알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매월 실시하는 정기조사의 조사 기간, 대상 기관 수, 조사인력 수, 조사 방향 등을 보건복지부가 사전 공개토록 해 무방비 상태에서 조사당하는 일이 없게 됐다.

특히 증거인멸 등 우려가 없는 요양기관에는 '현지조사 사전통지서'가 발송된다. 어느 요양기관에 사전통지서를 발송할지는 의협 등이 참여하는 현지조사 선정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고압적 현지조사 행태, 내년부터 사라질 듯

현지조사와 관련해 일선 의사들이 가장 큰 고통과 불만을 호소하는 것은 조사관들의 고압적인 태도다. 내년부터는 조사관들은 친절교육 등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하고 조사자로서 품위를 지키겠다는 '청렴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또 조사관들은 반드시 보건복지부장관의 직인이 찍힌 '조사명령서'를 지참토록 했다. 조사명령서에는 조사 대상 기간 및 사유, 조사자의 신분 등을 상세히 기록도록 했다.

 ▲추무진 의협회장이 언론브리핑에 앞서 지난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산 J원장을 추모하는 묵념을 올리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현지조사가 끝나면 어떤 부분이 적발됐는지 내역이 적혀 있는 최종확인서에 의료기관 대표가 서명해야 한다. 그런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황급히 서명한 후 뒤늦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J원장 사건의 경우도 고인이 충분한 소명기회를 갖지 못한 채 서명한 점을 두고두고 후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부터는 조사관들이 현지조사 최종확인서 및 관계 서류 제출 요구서에 서명을 요구할 때, 적발사항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소명기회를 부여한 뒤 서명·날인받아야 한다. 특히 서명하지 않아도 행정처분에 차별이 없다는 사실을 안내해야 한다. 서명에 앞서 주위의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크게 달라진 부분 중 하나는 현지조사 결과에 따른 행정처분을 감경받을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다. 의협 등이 참여하는 행정처분심의위원회가 신설돼 이곳에서 처분 양형을 2분의 1 범위 내에서 감경할 것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하게 된다.

이와 관련 임익강 이사는 "수 십 년간 삭감 한번 당한 적 없는 의사가 바뀐 제도를 잘 몰라서 부당청구로 적발되는 경우가 있다. 고의성이 없는 경우 행정처분을 감경할 필요가 있어 지침이 개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된 지침은 이 밖에도 현지조사 대상 기간을 명확히 했고, 현지조사 결과 통보 기간도 명문화함으로써 조사 이후 진행 과정을 예측 가능토록 했다. 또 지침에 없는 부분은 현행 행정조사기본법을 준용토록 확실히 명시함으로써 현지조사를 임의대로 운용하는 행태를 방지토록 했다. 행정조사기본법 제23조는 조사대상자가 법률·회계 등 전문지식이 있는 전문가로 하여금 행정조사를 받는 과정에 입회하게 하거나 의견을 진술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협의 강력한 요구, 현지조사 지침 개정 이끌어 내

추무진 의협 회장은 "J원장 사건처럼 불합리한 현지조사가 지속하는 한,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의사·의료기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어렵다"며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의사 인권과 의료기관의 권익이 더 이상 침해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지조사 방식이 처벌과 제재 위주에서 벗어나 법령·심사기준 등의 준수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익강 의협 보험이사

또 "현지조사 지침 개선이 그동안 누적된 모든 문제를 일소하거나,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사전통보제 도입, 지침위반시 제재 근거 마련, 현지조사 선정심의위원회와 행정처분 심의위원회 신설 등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뜻을 같이한 의료계와 회원의 간절한 염원과 이를 진지하게 경청한 정부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추 회장은 "국민 건강 증진과 건강보험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요양기관과 복지부·심평원 등의 상호 동반자적 관계가 중요하다. 이번 지침 개선에 머물지 않고 회원들이 보다 나은 진료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의 개선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지침 개정에 의협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임익강 보험이사는 "개선 논의 시작 때부터 J원장 사건을 강력히 항의하고, 보건복지부와 국회·건보공단·심평원 등 모든 채널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이사는 특히 "회원 의견을 수렴한 개선방안을 정부 측에 통째로 제시하고, 정부가 그중에 일부만 수용하겠다고 하면 거부했다"면서 "건보공단과 막판 조율 때는 '모든 방문확인을 일체 거부하겠다'는 압박까지 했다. 끝까지 힘든 줄다리기가 있었으나 지침 하나라도 회원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기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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