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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의사 자존감 지켜주는 역할에 최선"

"상처 입은 의사 자존감 지켜주는 역할에 최선"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7.02.2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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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의 '의료계 리더십' 철학
"작은 것 하나라도 회원에게 도움되도록 노력"

▲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 ⓒ의협신문 김선경
서울은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의사가 활동하는 곳이다. 2014년 기준으로 3만3339명, 전체 의사의 32.8%가 밀집해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의사 사회에서, 더욱이 의사들이 가장 많이 모인 서울에서 여성 지도자의 길은 녹록지 않다. 서울시의사회 100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대표에 선출된 김숙희 회장의 저력에는 자신만의 '리더십' 철학이 있다.

김 회장은 15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의료계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소통과 추진력, 품격과 헌신을 꼽았다.

그는 "소통은 단체의 공동 목표를 성취하는 데 필요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선 강력한 열정과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며 "또한 소통과 추진을 위해서는 구성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헌신은 적절한 시기에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용기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의료계 리더는 유능한 참모를 모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 그들이 책임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명예보다도 단체의 명예를 우선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수라도 회원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최근 일부 회원들의 의협회장 불신임 운동과 관련해 "회장은 비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집행부 임원 중에도 '아픈 소리'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이) 의료계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는 극한 상황까지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의협은 보건의료 최고 단체다. 의협 회장은 대내외적으로 회원을 공식 대표하고 있다. 회원들이 회장의 명예를 지켜주지 않으면 단체 전체가 불명예를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득'도 투쟁..."억지 아닌 논리 필요"

▲ ⓒ의협신문 김선경
한방 등 타 직역과 첨예하게 얽혀 있는 각종 현안, 법·제도를 둘러싼 의-정 갈등에 대응하는 기본 방향을 '설득'이란 단어에 집중시켰다.

김 회장은 "정부를 상대로 한 정치적 설득 또한 투쟁의 일환"이라며 "설득이나 물밑접촉도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언론·국민을 이해시킬 수 있는 논리가 있어야 한다. 설득의 과정에는 추진력과 투쟁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건강을 수호하고 진료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언론을 지속해서 설득해야 한다. 억지가 아닌 정확한 논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은 2015년도에 진행된 '2016년도 의원급 수가협상'에서 전년 대비 3.0% 인상률에 합의했다. 당시 수가협상단장을 맡은 인물이 바로 김숙희 회장이다.

김 회장은 6차례에 걸친 건보공단과 치열한 협상에서 일체의 부대조건 없는 수가 인상을 이끌어 냈다. '진료비 목표 관리제'를 부대조건으로 내건 건보공단의 집요한 요구를 치밀한 논리와 설득력으로 굴복시킨 결과이기에 의미가 남달랐던 협상이었다.

2015년 회장 취임 직후 터진 메르스 사태는 김 회장의 리더십을 저울질하는 시험대였다. 김 회장은 서울시와 함께 민관합동 의료지원에 나섰으며, 의료인 피해 보상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보건소의 일반 진료 행태 비판, 비상사태를 틈탄 정부의 원격처방 도입 시도에 강력히 대응한 것도 서울시의사회였다.

서울특별시가 지난 2월 4일 서울시의사회와 함께 민·관·군 합동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서울시 감염병협력위원회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것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의사회의 높아진 사회적 위상을 보여준다. 서울시의사회는 앞으로 매년 1억7000만 원의 예산을 시로부터 지원받아 의료인 교육 등 사업을 주체적으로 실시하게 된다.

김 회장은 "서울시는 지자체 주도로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감염병 방어 체계 구축에 앞장섰고, 서울시의사회는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서울시민의 생명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의사 자존감 지켜주는 역할에 최선"

대국민 여론 조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해 5월부터 의사단체로는 처음으로 공익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각종 질병에 대한 대처 요령이 주된 내용이지만 의료 관련 정책·법률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한다.

▲ ⓒ의협신문 김선경
특히 시민들이 일차의료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하는 방송이 눈길을 끌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의사 권익을 위한 투쟁을 많이 했지만, 국민 호응을 얻기는 쉽지 않았다"면서 "공익 방송이 의사와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의사단체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의사회 내부 설문조사 결과 공익방송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응답이 85%에 달했다.

'회원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 이득을 주는 의사회'는 현재 서울시의사회 회무의 핵심 모토다. 서울시의사회는 김 회장 취임 이후 중고의료기기 유통, 의료폐기물 처리 대처, 간호조무사 구인난 해소 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매년 개최하는 '개원 준비 회원을 위한 세미나'에도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다. 개원에 필요한 세무·노무·법무 지식, 선배들로부터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는 '개원 선배와의 대화' 코너가 호응이 높다.

"작은 것이라도 회원의 편의를 위해 개선함으로써,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이 김 회장의 바람이다.

내년 4월 치러지는 차기 의협 회장 선거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주위의 기대감도 있는 만큼 출마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김 회장은 그러나 "우리 의사들은 정체성과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고 있다. 의사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이 의사단체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지금은 서울시의사회장, 의협 부회장,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 의협 비대위 수석부위원장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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