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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좌담회] 행복한 임신과 출산, 의료적 과제?

기사승인 2017.03.07  0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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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임기 여성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체계 구축 시급 고위험 임산부 대책 등 인프라 구축 절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8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해에는 브릿지플랜 2010을 발표해 출산율을 2020년 1.5명, 2030년 1.7명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저출산 국가인 한국에서 임신과 출산 시기의 건강관리와 신생아의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의료 시스템과 사회적 인프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의협신문>은 저출산 시대에 여성의 전주기 건강관리와 함께 안전하고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의료적 과제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2월 16일 '저출산 시대 행복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의료적 과제'를 주제로 열린 정책좌담회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주제발표> 저출산 대책을 위한 의료적 과제는 무엇인가?
· 연자 : 홍순철 교수(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대한민국 저출산 대책 의료포럼 대변인)
· 일시 : 2017년 2월 16일 오후 6시 30분 · 장소 : 대한의사협회 5층 회의실
· 사회 : 김금미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일산서울내과원장)
· 패널 : 김영주 교수(이대목동병원 조산예방치료센터장)
         권자영 교수(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이동욱 원장(한나연합의원·대한산부인과의사회 경기지회장)  

 

<주제발표> 저출산 대책을 위한 의료적 과제는 무엇인가?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 계획 실행을 위해 지난 10년간 8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저출산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포함된 의료 분야 정책으로는 '임신·출산 사회책임시스템 구축'뿐이며 나머지 대책들은 대부분 의료와는 관계없는 것들이다.

▲ 홍순철 교수

대한민국 저출산 대책 의료포럼은 7개 단체가 모여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책을 논의 중이다. 논의 중인 내용으로는 안전한 임신과 분만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있다. 이는 임신 전 건강관리 체계 구축과 약 10여 년이 소요되는 분만 관련 인적 자원 확보 계획을 포함한다.

분만 전문의는 단 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데, 현재는 분만 전문의가 부족하고 그로 인해 분만 취약 지역은 계속 확대되는 실정이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임신과 분만을 중심으로 필요한 정책과제를 살펴보려 한다.

안전한 임신과 분만을 위한 인프라 구축

영국에서는 가임기 여성을 위한 생애 주기별 건강관리 서비스가 제공된다. 가임기 여성에게 임신 전부터 필요한 의료적 도움을 주고 임신 중에서 분만 후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임신이 확인된 후부터 정부의 도움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는 임신 전 건강관리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홍콩은 1980년대부터 출산율 1.2명의 저출산을 경험해 왔다. 출산율 자체를 높이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태어나는 신생아 모두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을 목표로 임신 전부터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에는 건강한 임신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인 건강관리와 신혼부부의 계획 임신 교육, 상담 및 검진, 가임 여성 및 청소년에 대한 건강 검진 및 의학 정보 제공, 고위험 임산부에 대한 임신 전 상담 및 검사 제공 등이 포함된다.

이렇듯 우리나라도 신혼 부부 바우처 제도를 신설해 임신 전 필요한 검진을 받고 적절한 예방 접종·금연·알코올·약물 중단 등을 권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난임 지원과 만성 질환 관리도 포함해야 한다. 최근에는 35세 이상 고령 산모가 증가하고 있는데, 고령 산모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을 동반하는 비율이 높다. 따라서 임신 전부터 적절한 건강관리를 해야 태아와 산모 모두 건강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임기 여성에게 필요한 건강 검진 및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임산부 맞춤형 홍보 및 교육 자료 제공도 가능하다.

분만 관련 인적 자원 확보

산과 전문 인력 양성에는 10년 이상 상당히 오랜 기간이 필요하나, 분만 전문의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분만 관련 의료 분쟁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고 분만 취약지(분만 준 취약지 포함)에 대한 진료 수가 체계 개선도 필요하다.

2000년에는 분만 전문의 253명이 배출됐으나 2016년에는 96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배출된 96명의 전문의 모두가 분만을 담당하지 않는다.

인력 부족뿐만 아니라 분만 병의원 수도 2004년 1311개에서 2015년 617개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분만이 가능한 종합병원은 2007년 133개에서 2014년 90개로 약 3분의 2 감소를 보였다. 이와 같이 분만 인력과 인프라가 감소하면 그 피해는 임산부에게 갈 수밖에 없다.

OECD 국가의 평균 모성 사망률(가임여성 10만명당)은 5∼6명 정도이나, 우리나라의 모성 사망률은 10.6명으로 훨씬 높은 편이다. 또 강원·충북·경북·전남 등 분만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일수록 모성 사망률은 증가한다.

분만 인프라 붕괴의 원인으로는 저출산·낮은 분만 수가·높은 의료 사고의 위험성을 들 수 있다. 우리와 유사한 일본의 경우 의사의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100% 배상해주고, 분만 과정에서 의료 사고로 인해 뇌성마비가 된 경우 약 3억 원 정도를 지급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의사는 분만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이다.

임신·출생 등록 체계 이용한 '지원센터 신설'

임산부 등록과 출산 관련 진료 연계 체계를 구축하고 분만 취약지 지원 사업의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의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치료 센터 지원 사업은 분만 취약지 지원 사업과 이송 체계와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있고 신생아 집중 치료 센터와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치료 센터 지원 역할과 운영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므로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 분만 취약지 지원 사업의 효율성이 낮다는 문제점도 있다.

임산부 등록과 출산 관련 진료 체계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고운맘카드 발급을 통해 임산부 등록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출산 관리까지 연계되지 않고 있다. 또 분만 예정 임산부의 의료 수요 파악 체계가 부족한데, 예측된 출산을 위한 지원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임산부 등록과 출산 관련 진료 연계 체계를 구축하고 '임신 출산 중앙 지원관리센터(가칭)'를 신설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고위험 임산부를 위한 인프라 구축

고령 산모 증가에 따라 고위험 임산부가 증가하고 있으나 고위험 임산부를 위한 중환자실은 없는 실정이다. 수술 후 잠시 머무르는 회복실과 분만실은 정부에서 입원실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인 중환자실에는 고위험 산모를 위한 초음파 시설이나 태아 집중 관리를 위한 시설 등을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고위험 임산부가 입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런 환자를 위해 분만실의 개념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 임신 관련 합병증이 많은 35세 이상 고령 산모를 위한 임산부 중환자실 및 임산부 관리료 신설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많은 지원을 했으며, 그 결과 신생아 중환자실의 치료 성적은 크게 향상됐다. 그에 비해 임산부 중환자실에 대해서는 지원이 부족했으므로 이를 보완해 임산부 중환자실과 신생아 중환자실의 유기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출산율은 감소하는 반면에 조산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조산율은 3.7%였으나 2014년에는 6.7%로 증가했다. 고령 산모의 증가로 인해 조산율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분만 주수에 따른 신생아의 중환자실 재원일수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30주에 출생한 신생아는 중환자실에 평균 43일을 입원하지만 39주에 출생한 신생아는 그 기간이 3일에 불과하다.

분만 주수에 따른 신생아 한 명당 총 진료비도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30주에 태어난 조산아에게 소요되는 평균 총 진료비는 약 2700만원이나 37주에 태어난 신생아에게는 약 480만원이 소요된다. 따라서 고위험 임산부를 적절히 관리해 임신 주수를 연장하면 전체적인 의료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안전한 임신과 분만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임신 전부터 가임기 여성의 건강관리를 위한 체계를 구축하고 분만 관련 인적 자원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분만 수가를 정상화하고 무과실 의료 사고에 대한 국가 대책을 확립해야 한다. 임산부 등록을 통한 산모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정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고위험 임산부를 위한 중환자실 확보 등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 김금미 공보이사

사회 : 발표 자료에서 보듯이 분만 의료기관과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바는 어떤지 궁금하다.

이동욱 : 2004년 분만 의료기관 수는 1311개에서 2011년 617개로 5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분만 의료기관이 감소한 주된 이유는 분만 수가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일정 건수 이상의 분만이 확보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분만 전문의의 인건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 결과, 전국 46개 시·군·구는 분만 전문의가 없는 분만 취약 지역이 됐다.

분만 취약지가 되기 전에 정부에서 조금이라도 지원했다면 취약지가 되지 않았을 텐데 취약지가 되고 난 후에는 이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산부인과 의사의 50% 이상이 분만실을 떠나고 있다. 분만 전문의를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 : 분만 취약지가 되기 전에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

홍순철 :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다는 국가적인 문제는 이미 시작됐다. 분만 취약지의 증가는 모성 사망률의 증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사회 : 발표 자료에서 분만 인프라 회복을 위해 현실적인 분만 수가 인상과 안전한 분만 환경의 조성을 언급했다. 분만 인프라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김영주 : 분만 수가는 과거에 비해 50% 정도 인상됐으나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저출산이 정말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정부에서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 분만 수가를 확실하게 인상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전한 분만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전국에 고위험 산모 통합 진료 센터는 17개소뿐이다. 일본과 비교해서는 너무 부족한 실정이며, 전국에 40개 정도는 확보해야 고위험 산모에게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 권자영 교수

권자영 :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진료 센터가 개설되더라도 24시간 상주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없다면 운영할 수 없다. 발표 자료에서처럼 산과 인력은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전공의 지원자도 계속 감소 추세이다. 산과 전공의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분만 수가 인정,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동욱 : 월 분만 건수가 20건 미만인 의료기관은 경영이 어려워 언제 문닫을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소방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정부에서 소방관의 인건비를 비롯한 기본 유지비용을 지원해 주는데, 분만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각 지역의 대표적인 분만 의료기관으로 쏠림 현상이 있다 보니 나머지 중소병원들은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많이 확보돼야 한다. 분만 건수가 20건 미만인 의료기관에는 차등수가제 등을 적용해 분만 수가로 병원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 : 그런 지원을 위한 법안 발의도 고려해 봤는가?

이동욱 : 복지부는 이미 분만 건수에 따른 차등수가제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시범사업 후 이 제도는 시행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또 한 가지 개선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바로 '다인실 의무규정'이다. 대부분의 산모는 1인실을 선호하므로 다인실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부는 다인실을 50%까지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므로 현실과 맞지 않다.

이를 개선하는 것이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숙원 사업이다. 전체 전문의 중 산부인과 전문의가 50% 이상인 병원, 전체 입원 환자의 50% 이상이 출산한 산모인 경우 다인실 의무 규정을 완화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신생아실 입원료 현실화 문제도 있다. 신생아 1명 당 입원료는 3만원인데, 모자 동실 입원료보다 더 저렴하다. 그러나 신생아 입원료 3만원으로는 신생아실 운영이 어렵다. 간호사 1명이 24시간 신생아 5명을 돌보면 정부에서 15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 비용으로 신생아실 간호사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등을 감당하기 불가능하다. 신생아실 입원료를 최소한 모자동실 입원료보다는 높게 책정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분만 의료기관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회 :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임신 전부터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임신 전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권자영 : 가임기 여성들이 건강한 임신을 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홍콩은 사춘기 학생들에게 건강한 성 개념을 갖도록 교육하고 있는데 이것도 건강한 임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불임을 비롯한 여성 질환은 검사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으므로 청소년 시기에 기본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성관계가 활발한 시기에는 건강한 성관계에 대한 현실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혼 적령기 여성 또는 임신을 준비하는 신혼부부에게는 본인이 고위험 임산부 가능성이 있는지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

출산뿐만 아니라 출산 후 수유와 육아에 대해서도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참고로 미국은 엄마와 아빠 모두 출산 전 수유와 육아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환자 교육에 대한 충분한 기회와 상담 수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아쉽다.

사회 : 내과의사로서 근무하면서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한 청소년에게 (산부인과)진료를 권하면 거부감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산부인과에 대한 사회적인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권자영 : 미국에서는 사춘기 학생의 산부인과 전문의 상담이나 진료를 받는 것이 숨기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여성건강을 위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 청소년기부터 산부인과 상담이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 이동욱 원장

이동욱 : '산부인과'라는 명칭에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여성의학과'로 명칭을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어려움이 있었다.

사회 : 평균 혼인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산모 연령도 증가하고 난임 여성도 증가하고 있다. 혼인이 늦은 여성은 임신 전 난소 기능 측정 등의 의료적 개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고위험 산모를 위한 의료적 개입으로는 어떤 것들이 적절한가?

홍순철 : 여성의 연령이 증가하면 난소 기능이 떨어지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유병률이 증가하므로 임신 전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지 상담과 검사가 필요하다. 고령 산모일수록 염색체 이상이나 임신 중독증, 임신성 당뇨병, 조산 등 다양한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따라서 임신 전부터 관리를 하고 건강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나이가 많더라도 산모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면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이 충분히 가능하다.

사회 : 스스로 고위험 임산부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상담을 원하는 30대 산모가 많은 편인가?

홍순철 : 임신 전부터 임신을 준비하는 임산부는 그리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임신 전 충분한 엽산 섭취만으로도 태아 기형 발생률을 50% 이상 낮출 수 있으나 임신 전 엽산 섭취율은 50% 미만이다. 임신을 인지한 이후에야 임신을 준비하는 셈이다. 그러나 태아 기형은 임신 초기 6주 이내에 주로 발생하므로 임신 전부터 임신을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권자영 : 기혼 여성도 임신 전부터 준비하기가 어려운데 미혼 여성이 결혼 전부터 산부인과를 방문해 임신을 위한 건강관리를 한다는 것도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는 미혼 여성이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으므로 임신을 위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홍순철 : 제도적으로는 신혼부부 바우처를 고려할 수 있다. 바우처 제도를 통해 신혼부부에게 임신에 필요한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 : 대표적인 분만 취약지인 강원도에 대해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정책이 있는가?

홍순철 : 분만 취약지에서는 분만 수가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200%를 받을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럼에도 분만 취약지가 크게 감소하고 있지는 않다.

분만 수가를 다소 높게 책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분만 취약지를 지원하기 위한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과실 의료 사고에 대한 정부의 보장이라고 생각한다.
 

▲ 김영주 교수

김영주 : 강원지역에 신생아 통합 지원 센터가 최초로 조성됐다. 그러나 이 곳 1군데 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원주를 비롯해 도내 다른 도시에도 통합 지원 센터가 신설되어 유기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권자영 : 일본은 산과 전문의를 양성하고 분만 취약 지역에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제도화 돼있다. 충분하지도 않은 산과 전문의가 서울과 수도권에만 근무하기를 원하므로 개인이 취약 지역에 의료기관을 개설하기는 어렵다.

정부에서 산모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근무하는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충분한 인건비를 지급한다면 분만 취약지의 의료서비스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회 : 고령 산모 증가에 따라 조산율이 증가하고 저체중아의 영아 사망률도 증가하고 있다. 조산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김영주 : 임신 중기 정밀 초음파 검사에서 자궁 경부의 길이가 2.5cm 이하이면 progesterone 질정을 투여해서 조산을 예방해야 한다. 조산 기왕력이 있는 산모나 자궁 경부 길이가 짧은 산모는 필요한 경우 수술로 조산을 예방한다.

권자영 : 흡연 산모의 조산율이 높으므로 금연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임신·출산 과거력에 대해서도 조사해 조산 위험이 없는지 검토하고 적절한 환자 교육과 상담을 해야 한다.

홍순철 : 모든 임산부를 대상으로 자궁 경부 길이를 측정해 조산 위험이 있는지 평가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조산 위험이 있는 환자를 선별 스크리닝 해서 초음파 검사로 조산 위험을 예측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김영주 : 저출산을 당장 개선하기 어렵다면 조산율을 낮추는 것도 주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조산을 예방해야 신생아 사망률을 낮출 수 있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을 얻을 수 있다.

사회 : 산부인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검사 방법인 초음파는 산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김영주 : 임신 초기에는 유산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고 중기에는 태아의 기형을 진단할 수 있으며 조산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다.

사회 : 고령 임산부 및 고위험 임산부에게 초음파 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권자영 : 태아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은 초음파 검사·CT·MRI가 있다. CT는 산모가 방사선에 노출되므로 불가능하며 MRI는 고가일 뿐만 아니라 만삭인 산모가 MRI 촬영 기기 내에서 1시간 가량 반듯하게 누워있기는 어렵다.

반면 초음파는 방사선 노출이 없고 실시간으로 태아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마다 쉽게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3D·4D 초음파도 개발돼 예비 엄마 아빠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삼성에서 최근 나온 '크리스탈 클리어 싸이클'은 태아건강과 여성의 건강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친 초음파로 빠르게 진단 가능해 도움이 되고 있다.

사회 :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 의료 현장에서는 어떤 정부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이동욱 : 저출산에 대한 정부 정책을 얘기하고 싶다. 우선 정부 정책이 일관성과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우 즉흥적인 것 같다.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그에 따라 정책을 내놓고 조금 지나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정책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부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인수인계 과정에서 철저히 해서 정책의 일관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우리나라의 출산율보다 낙태율이 더 높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낙태 건수가 연간 35만 건이므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숫자로 보면 낙태율을 절반만 줄여도 신생아 수가 20만 명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기혼 여성의 경우 직장 생활 유지 등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하는 비율이 가장 높고, 미혼 여성은 미혼이기 때문에 낙태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 홍순철 교수

홍순철 : 저출산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공무원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줘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이 실현됐으면 좋겠다. 분만 취약지 문제는 전문가와 정부의 공동 노력이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분만 취약지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더라도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1년 365일 24시간 분만이 가능해야 하므로 최소 3명 이상의 전문의가 필요하다. 분만 취약지에서 근무하는 산부인과 의사는 어느 정도의 자기 희생과 노력이 있어야 하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정부에서 조성해 줘야 한다.

김영주 : 무과실 의료 사고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병원에서는 진료 의뢰한 산모가 뇌성마비 아이를 낳았을 때 일정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산과 의사들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일본처럼 정부가 이 부담을 맡아줬으면 좋겠다.

사회 : 그런 제안이 학회나 저출산포럼 차원에서 정부에 정식으로 건의된 바 있는가?

김영주 : 아직 정식으로 건의되지는 않은 것 같다. 실무자들과는 많은 부분 협의가 됐지만 정책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 소요된다. 저출산·고령화 대책 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됐지만 위원회에 산부인과 전문의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실제 임상에 있는 의사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 할 것이다.

사회 : 마지막으로 저 출산 해결을 위해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부탁드린다.

홍순철 : 여성의 생애 주기 별 건강 증진을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초경 시기부터 임신을 준비하기까지 체계적인 교육과 전문가와의 상담 및 진단에 필요한 검사가 시행돼야 한다.

또 임신을 준비하는 신혼부부에게는 예방 접종이나 엽산 복용 등 적극적인 의료 개입이 필요하다. 임신 중에는 건강한 임신 유지와 출산을 위한 충분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김영주 : 홍순철 교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명칭을 바꾸는 방법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권자영 : 초등학생 딸이 있는데, 매 년 학년이 바뀔 때마다 치아 검진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부 차원에서 일정 시기에 집 근처 산부인과에 가서 상담과 검사를 받도록 했으면 한다.

또 모든 산모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충분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고 임산부에 대한 상담 수가가 인정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저출산 해결을 위해 출산 자체도 중요하지만 출산 이후 육아가 더 중요하다. 출산과 육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 : 분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정 확보, 임신과 출산에 대한 꾸준한 교육과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늦은 시간까지 참석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마치고자 한다.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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