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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사의 '설명의무법' 대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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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1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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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익 변호사(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 [2]

▲ 배준익 변호사(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

최근 경기도 한 도시에서 수십 년 간 의원을 운영한 선생님의 소송을 맡게 됐다. 수술 후 감염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었는데, 상담 과정에서 진료기록부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수술·검사·마취 신청서라는 제목을 가진 서류에 환자의 인적사항과 서명이 기재돼 있었는데, 인쇄돼 있는 내용은 합병증과 후유증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고 불가항력 또는 특이체질로 예상하지 못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향후 소송에서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 배상책임이 성립할 것이며, 앞으로 구비해 둬야 할 각종 동의서의 의미와 담겨야 할 내용에 대해 우선 알려드렸다.

지금까지 설명의무 이행과 관련된 법적분쟁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작년 말, 많은 의료인의 우려에도 서면에 의한 설명의무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해당 법령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제시했고, 이미 통과된 법령의 시행을 당장 막을 방법은 없으니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동의서를 작성할지 고민을 할 차례다.

과태료를 피하기 위한 방법은 동의서를 작성하고 서명을 받는 것으로 족하나, 법령에 동의서 작성 의무가 규정된 이상 민사소송에서 설명의무의 이행 여부는 어떤 예외도 없이 동의서의 내용에 의해 판단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개정 법령에서는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진단명·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내용, 설명 및 수술 참여 의료인의 성명, 발생 가능한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 등 시행 전후 환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을 기재토록 했다.

대부분의 항목은 수술 전 설명을 하며 백지(白紙)에 내용을 적어나가는 것으로 충분하고, 자주 이뤄지는 수술 등에 대해 미리 동의서 형식을 만들어 두는 것으로 법령을 준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대법원 판례는 위험발생의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으므로, 과연 후유증과 부작용을 어느 수준으로 기재해야 하는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의료인의 지식이 완벽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 간과됐기 때문에 발생한다.

의료인 수련 기간과 임상 종사 기간, 근무 기관, 전문의 여부 등에 따라 알고 있는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다르고, 특히 발생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부작용은 한정된 의료인만이 경험하고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특정 의료인에게 예측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발생했음에도 수술 전 이를 구체적으로 동의서에 명시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받는 것이 매우 억울할 수 있으나 이런 상황이 향후 벌어질 수 있음은 명약관화하다. 발생 가능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를 어떻게 이행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의 질병에 대한 교과서를 복사해 주는 것이다.

무척 번거로운 일인 것은 분명하나 최신 지견이 담긴 교과서를 복사해 이를 기초로 후유증을 설명하고, 복사본을 교부하고 이를 동의서에 기록해 두면 적어도 분쟁 발생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심은 피할 수 있고, 교과서에 없는 후유증은 임상수준에서 절대 예측할 수 없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에게 교과서를 복사해 주는 의사. 의과대학생 시절 그려보던 의사의 모습은 아니나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인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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