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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왓슨 제안을 들어보겠습니다"

기사승인 2017.03.20  0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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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방-국내 첫 왓슨 도입 길병원

 

Watson for Oncology, How to?

길병원은 1주일에 두 번씩 위암·폐암·대장암·유방암·부인암 세션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비뇨기암·혈액암·간담췌암 세션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다학제 진료를 적용해 교수 4∼6명이 10∼20분간 환자 1명을 진단한다. 왓슨이 치료법 제안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8초이며, 추천·고려·비추천의 3가지를 제시한다.

왓슨 적용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만 왓슨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다면 일반 다학제로 변경한다. 당일 왓슨 진료는 불가능하다. 3월 초 기준 총 200명이 왓슨 진료를 받았으며 이 중 길병원 환자는 190명, 외부 환자는 10명이다. 자체 설문 결과, 환자 만족도는 매우 높아 10점 만점에 평균 9점으로 나타났다.

가천대 길병원은 현재 위암·폐암·대장암·유방암·부인암 환자를 대상으로 왓슨 진료를 시행한다. 향후 비뇨기암·혈액암·간담췌암 등이 추가될 예정으로 올해 안에 전체 암의 85%를 커버할 계획이다.

해당 암이라고 전부 진료 가능한 건 아니다. 길병원이 도입한 왓슨 포 온콜로지 버전에 맞아야 한다. 길병원의 버전은 아주 하위는 아니지만 최상위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온콜로지에 정확히 몇 개 버전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IBM측은 함구하고 있다. 왓슨 진단에 적합한 기준은 암종별로 다르며 이에 따른 환자 중증도도 다양하다. 가령 유방암의 경우 1차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2차, 3차 항암제를 쓸 경우 왓슨 진단을 받을 수 없다. 반면, 폐암은 3차 항암제까지 썼더라도 가능하다.

적합 판정이 난다면 일주일에 두 번씩 열리는 암종별 다학제 진료 스케쥴에 맞춰 왓슨 전용 진료실에 들어가게 된다.

책상 세 대가 놓인 진료실에는 환자 상태를 띄워주는 75인치 모니터 3대가 전면에 설치돼 있다. 보호자도 인원 수 제한 없이 참석할 수 있으며, 참석한 의료진 한 명 한 명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소개된다.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과 수술과정, 조직검사 등 그간의 치료과정을 설명하고 왓슨의 제안을 검색한다.

필수 입력값을 넣으면 결과 도출까지 평균 8초가 걸리며 추천과 고려, 비추천의 3가지 치료법이 제시된다. 길병원은 왓슨 제안에 대한 설명과 함께 환자에게 향후 치료법을 제시한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은 "전체적인 치료에 대한 타임라인이 제시돼 환자들은 치료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다학제 진료에 평균 10∼20분이 걸린다. 이렇게 세세한 설명을 환자들은 들어본 적이 없다. 암 진료를 받으려면 3개월 대기하다 3분 진료로 끝나지 않나. 환자들이 대접 받는 느낌이라고 너무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초 왓슨을 도입한 이후 석 달간 총 200명의 환자가 왓슨 진료를 받았다. 190명이 길병원 내부 환자이며 10명이 외부 환자다. 대장암이 가장 많아 50건, 폐암과 유방암이 각각 40건 등이다. 외부 문의는 많지만 왓슨 진료에 적합 판정을 받은 환자는 2명에 1명 꼴로 적다.

다학제 스케쥴 조정 등으로 당일진료가 어려운 특성상 길병원은 상시 다학제 진료도 검토 중이다. 왓슨 부적합 환자들은 일반 다학제 진료로 연결하고 있다.

길병원은 왓슨 다학제를 위해 진료과 교수들의 외래를 빼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다학제 진료는 진료 외 시간인 점심시간에 이뤄져 종일 진료를 할 경우 쉴 시간이 없었다.

길병원 관계자는 "병원의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이 있었다. 지금은 시작 단계라 하루종일 왓슨 다학제에 할애할 수는 없어 1시간씩 외래를 빼고 있다"라며 "향후 비뇨기암과 혈액암 등 다른 암종별로 세션이 확대되면 진료지원과 교수들의 업무부담이 특히 늘어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왓슨이 모든 치료법을 다 보여주는 건 아니다. 왓슨 포 온콜로지이므로 항암제의 경우 용량까지 제시하지만 이 외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의 경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명시하진 않는다. '방사선 치료를 하라'고 나올 뿐 치료기간이나 방사선량, 어떤 기계로 몇 회를 할지는 제시하지 않는다.

수술 역시 '수술이 필요하다'고 할 뿐이서 복강경을 할지 부분절제술을 할지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야 한다. 길병원이 다학제 진료를 추구하는 이유이자 의료진 판단이 필수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언 단장은 "왓슨은 의사의 영원한 조력자다. 아무리 왓슨이 발전한다 해도 중심을 잡는 건 의사다. 왓슨이 엉뚱한 의견을 내며 바로잡는 건 의사여야 하며, 이는 당연한 것"이라 힘줘 말했다.

▲ 길병원은 향후 시스템 고도화 및 왓슨의 확대 적용에 나설 계획이다. 또 영상이나 유전체정보 등으로 왓슨의 적용 영역을 확장시켜 나갈 예정이다. ⓒ 김선경기자

왓슨의 제안이 늘 옳은 것만도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쓰이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과 다른 경우가 일부 발견돼 길병원은 이에 대한 피드백을 IBM과 주고받고 있다. 길병원은 한 달에 한 번씩 이같은 크리티컬 리뷰를 진행한다.

길병원 관계자는 "한 예로 폐암의 경우 NCCN은 1기 B부터 3기 A는 수술 가능하다면 수술 이후 항암치료를 권고한다. 반면 왓슨은 1기 B부터 무조건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라고 한다. 수술을 먼저 하겠다고 하면 '추천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뜬다"며 "이같은 이유를 IBM에 질의한 상태"라고 했다.

이어 "암치료는 복잡하다. 아무리 AI라고 한들 사람이 고쳐야 하는 게 있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 데이터도 넣다 보니 나오는 문제점이라고 본다. AI로 수정보완은 하더라도 의사 판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왓슨과 의료진의 판단이 다른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병원 관계자는 "NCCN 가이드라인을 한국도 쓰기 때문에 미국 데이터에 기반한 왓슨과 길병원 의료진이 다르거나 틀리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고 했다.

이어 "추천과 고려에는 여러 요법들이 포함돼 있으며 최신 논문들이 다 반영이 돼 있어 왓슨과 의료진의 판단이 극단적으로 다르기는 어렵다. 다만 서양인과의 체구 차이 등으로 항암제 용량을 조절하는 경우는 있다"고 했다.

현재는 영문 버전만 출시됐지만 한국어 버전도 조만간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전체 적용은 아닌, 제목 등 부분적용만 이뤄질 전망이다. 길병원 관계자는 "지난번 IBM측에 건의한 내용이다. 한국어 적용작업이 거의 끝났다. 환자들에게 자료를 나눠줄 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MR 연동은 아직까지 조심스럽다. 이 관계자는 "현 버전으로도 연동은 가능하나 하지 않았다. 환자 자료가 다 넘어가는 건 아니지만 나이와 성별, 암의 진행정도를 입력하고 있어 사전에 환자 동의를 받고 있다"며 "일일이 입력해야 해 번거롭긴 하지만 초기인 만큼 이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현 버전으로 IBM과의 계약은 2년이며 향후 재계약을 검토한다. 계약금액은 대외비이나 국내 첫 도입인 만큼 IBM은 상당히 저렴한 사용료를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10년, 20년 장기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길병원은 "버전을 바꿀 때마다 신고하고 계약을 새로 해야 한다. 심평원과의 수가청구 문제도 있으며, 한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화를 해야 하는 고민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한 일간지는 '왓슨과 의료진의 제안이 엇갈리자, 환자는 왓슨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의료계는 왓슨에 대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는데 이는 일종의 해프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길병원 관계자는 "추천과 고려 중 고려에 해당하는 치료법을 의료진은 권고했다. 추천은 비급여라 비쌌으며 고려는 급여가 됐다. 고려 역시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며 추천과 효과 차이가 크게 없다. 그 환자는 돈이 많아 비급여인 추천을 쓰겠다고 한 것"이라며 "이같은 전후 사정 설명 없이 다소 자극적으로 보도된 감이 있다"고 했다.

길병원은 향후 시스템 고도화 및 왓슨의 확대 적용에 나선다. 이언 단장은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의료 현장의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다. 몇년 안에 '인공지능 없이 진료하는 병원도 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AI는 보편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암환자 진료의 고도화와 더불어 영상이나 유전체정보 등으로 왓슨의 적용 영역을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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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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