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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의사'?…'오메가의사'를 선택하라

기사승인 2017.03.20  0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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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시대와 의학의 미래 김주한 서울의대 교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 대 1로 격파하는 역사적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전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모두가 놀란 세기의 대결, 과연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 김주한 서울의대 교수

시가총액이 58조원 올랐다는 구글은 대표적인 승자로 기록됐고, 알파고를 개발한 하사비스와 DeepMind사도 축배를 들었다.

이세돌 9단도 인공지능에 맞선 '인류 최후의 승리'로 기억될 것이다. 체스의 경우 1997년 IBM Deep Blue가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꺾은 후, 사람이 컴퓨터를 이길 기회는 영영 사라졌다.

하지만 가장 큰 승자는 바로 '한국'이다. 관심조차 없던 한국인 모두가 갑작스레 '인공지능'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명사적 전환의 명장면에서 5000만 국민이 겪은 고민과 지적성찰은 구글이 얻는 58조원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값진 선물이다.

그럼, 가장 큰 손해는 누가 봤을까? 단연 IBM이다. IBM은 Deep Thought를 사들여 만든 Deep Blue로 체스를 제패하면서, 지난 20년 간 인공지능의 혁신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바둑'은 '체스' 다음의 인공지능 마일스톤임이 분명했지만, IBM은 바둑을 뒤로 미룬 채 Deep QA 프로젝트를 통한 퀴즈쇼에 매달리다가 20년 간 지켜온 AI 분야의 아이콘 자리를 구글에 넘겨주고 말았다.

그렇다면 질의응답 혹은 제퍼디 퀴즈쇼와 IBM 왓슨으로 대표되는 QA 문제는 바둑 문제와는 어떻게 다른가?

물론 QA 문제 또한 중요한 인공지능 과제다. 대표격인 튜링 테스트도 대화를 통해 상대가 사람인지 기계인지 판정하는 테스트다.

최근 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거인들이 대화형 챗봇(ChatBot) 개발 경쟁에 나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QA 문제는 대형 콜센터의 상담직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려는 거대시장 창출 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둑 문제는 정의가 명료하고 승부를 정확히 가릴 수 있는 판정가능 게임인 반면, QA 문제는 산업적으로는 유용하지만 문제 자체의 정의가 불가능하다.

중학생 퀴즈는 중학생이 더 잘 푼다. 제퍼디 퀴즈쇼의 문항은 사람이 알기 어려운 드물고 특이한 지식을 찾는 '검색 문제'에 가까워 사람보다 기계에게 더 유리한 문제다. 문제 정의가 명료한 바둑이 인공지능 발달의 단계를 가늠하는 마일스톤인 이유다.

그런데 구글과 IBM 모두 인공지능의 다음 목표로 헬스케어를 지목한다. 인공지능의 다음 전장은 다름 아닌 보건의료 분야다. 최대 시장이기도 하고 가장 도전적인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건의료의 문제는 알파고와 왓슨 중 누구에게 더 적합한 문제일까?

얼핏 생각해 보면, 의사가 환자를 면담하는 진료실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QA 문제가 보건의료 문제에 더 가까운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알파고의 핵심 기법으로 지목되는 딥러닝은 패턴인식, 특히 매우 복잡하고 자가상관성이 높은 데이터 분석에 탁월하다. 딥러닝은 특히 '영상분석'과 '음성인식' 분야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결국 기존의 게임이론(Min-Max 알고리즘) 및 강화학습과 결합해 난제 중의 난제였던 바둑 문제를 깔끔하게 풀었다. 알파고는 그동한 신비주의로 포장돼 온 바둑이 19×19의 격자 공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패턴 분석 문제에 불과했음을 입증했다.

그렇다면 왓슨의 기반인 QA 기술의 적용 범위는 어디일까? 인공지능은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친밀한 대화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아직은 매우 요원한 일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3분 진료, 즉 편의점 점원 수준의 대화만 나누고는 처방전을 발행하는 붕어빵 진료라면 '알파 의사'로 곧 대체 가능하다.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점에 모든 전문가가 동의한다. 이는 인공지능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나 가능할 일이다.

그러나 대체가능한 의사의 부분들은 대체가능하다. 전인적 진료로서의 의료는 난공불락이지만, 부분 부분 나눠 기계화할 수 있는 영역이 너무나 많은 곳 또한 의료 분야다.

딥러닝의 발전으로 영상과 신호 처리 중심의 '판독의료(영상의학·진단검사의학·병리학·핵의학)'가 격변의 최전방에 섰다. 그 이전에 이미 물류와 예약, 결제 같은 행정원무 정보화가 이뤄졌다. 다양한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도 순서대로 도입 중이다.

아마도 바로 다음 공략 목표는 의사가 실수하기 쉬운 환자안전, 의료 사고/오류 예방 분야일 것이다. 인간은 실수하기 쉽고, 크고 복잡한 데이터를 잘 다루지 못하며, 시스템적 사고에 취약하다. 인공지능은 이런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오늘날 점점 더 장비와 검사에 의존하는 진단 관련 모든 분야는 빠르게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영상, 신호, 의료기록, 유전체 정보 등의 진단 자료들을 통합관리하는 '진단 정보의학 센터'는 현재의 종합병원에서 독립해 거대 조직을 갖추고 다양한 전문가와 데이터와 시스템과 인공지능과 자본력으로 무장할 것이다. 의료계의 준비가 시급한 이유다.

외과는 안전하다고? 오늘날 점점 더 기계 의존적이 돼가는 내시경 수술이나 비침습적 수술과 처치들은 빠르게 로봇의 팔을 빌린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복잡한 수술에서도 오늘날 보조의사가 수행하는 기계적 부분들은 기계화될 것이다, 최종 집도의가 해야 할 핵심적 부분만을 남기고.

인류의 생로병사가 계속되는 한 의료는 소멸되지 않는다, 오늘날의 농업이 예전의 농업과 달라졌을 뿐 사라진 것이 아닌 것처럼.

다만, 예전의 낫 쓰는 솜씨나 모심기 능력은 더 이상 자랑할 일이 아닌 것처럼, 근엄한 표정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환자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처방전을 써 내려가면 충분했던 솜씨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오늘날의 농부가 최고의 농산물 생산을 위해 작물을 돌보고, 위기상황에 대처하고, 위험에 사전 대응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작물의 상태와 시장의 동향을 분석하며 적재적시에 최선의 햇살과 영양분을 공급하고 출하량을 조절하는데 정보시스템과 로봇과 인공지능이 혼연일체가 됐듯이, 미래 의사도 더 나은 진단과 치료와 예방과 재활을 위해 사람-기계 일심동체(Man-Machine Hybrid) 의사로 진화할 것이다.

농업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인구의 80%를 점하던 농부의 대부분은 사라졌다. 운수업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우버와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운수업 종사자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콜센터의 텔레마케터도 위기다. 파업으로 시기를 약간 늦출 수는 있겠지만 해결할 수는 없다. 다행인 것은 밥은 세끼 먹지, 네 끼 먹을 수 없지만, 의료는 수요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농부가 줄어든 만큼 의료인이 줄지는 않을 것이다. 의료 분야 종사자의 총 수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의사가 '우버 의사'가 되어 인공지능이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며 부분적 지식과 기술을 판매하는 '알바 의사'가 될 지, 혹은 기계의 특성을 내재화하고 자유자재로 다루며 최종 판단과 가치생성의 주체가 되는 '오메가 의사'가 될 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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