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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술지 인용하면 사례금" 학회 윤리 논란

"우리 학술지 인용하면 사례금" 학회 윤리 논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03.2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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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학회, SCI 등재 위해 '인용 장려금' 내걸어
교수 약 50명 20~40만원씩..."비윤리 조장"

▲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kma.org

학술지를 인용한 의대 교수들에게 사례금을 지급한 의학 학술단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학술지 인용 횟수를 늘리기 위해 금전적 유인책을 이용하는 것은 연구윤리에 위배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학회 산하 A학회는 학술지의 SCI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문 저자들에게 학술지를 인용해줄 것을 요청하고, 인용한 횟수에 따라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내 알파벳은 특정 단체·인물 명칭과 무관함)

본지 취재 결과 A학회는 최근 회원들에게 보낸 소식지를 통해 "(저자가 작성한 논문이) SCI(E)에 채택됐을 경우, A학회 학술지 인용이 되지 않았다면 해당 편집장에게 참고문헌 추가를 요청해 주면 감사하다"고 밝혔다. 

또 "Impact factor 1.0 이상일 경우 1편에 1개 인용시 20만원, 2개 30만원, 3개 40만원 등을 지급하고, Impact factor 1.0 미만일 경우 1편에 1개 인용시 10만원, 2개 15만원, 3개 20만원 등을 지급해드린다"고 안내했다.

이어 "최근 2년 내의 학술지를 참고문헌으로 인용할 때 논문 1편 당 1만원, 최대 3만원까지 지급한다"며 A학회의 학술지에 투고하는 논문에도 학술지를 적극 인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A학회에서 시상하는 모든 학술상 논문은 A학회의 학술지를 참고문헌으로 인용하는 것을 필수 조건으로 로 적시하기도 했다. 

본지 확인 결과 지금까지 A학회로부터 학술지 인용 사례금을 신청해 지급받은 의대 교수들은 약 50여명에 이른다. 

학회가 자신의 학술지 인용을 장려하는 것을 나무랄 순 없지만, A학회의 방식은 타 학회와 확연히 달라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학회들은 학술지를 가장 많이 이용해준 회원을 선정해 감사의 뜻을 전하는 의미에서 1년에 한 차례씩 감사패 등을 수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A학회는 이미 SCI(E)에 채택된 논문 저자에게 추가로 참고문헌을 인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저자가 인용한 뒤 신청서를 내면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다분히 금전적 동기를 유발하는 방식인 것이다.  

일선 의대 교수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B대학병원 교수는 "논문 작성에 있어서 연구자(저자)들에게 비윤리적인 것을 장려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학회들이 학술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SCI(E) 등재를 많이 추진하고 있는데, 중요한 평가기준인 인용지수(Impact factor)를 늘리기 위해 이런 장려정책까지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A학회의 장려정책은 학술지의 질을 높이는데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고, 오히려 연구자의 윤리의식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C대학병원 교수도 "A학회처럼 장려금을 지급하는 학회들이 몇몇 있다고 들었는데,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이러한 내용을 규정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SCI(E)에 등재돼 있거나 등재를 하는 과정이라면 의도적으로 인용지수를 높이려고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SCI(E) 퇴출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D대학병원 교수도 "국내 학회들이 학술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종종 이런 장려정책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히 SCI(E)를 준비하고 있다면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기인용을 무리하게 해서 인용지수를 높였다고 하더라도 SCI 심사 때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금전적 유인책은 자칫 논문의 객관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E대학병원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 이롭다고 여겨지는 것만 참고문헌으로 사용하거나, 자신의 논문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적절하지 않는데 참고문헌으로 사용하는 것은 과학의 객관성에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학술지의 편집인들, 또는 학회차원에서 자신들이 발행하는 학술지의 논문을 많이 인용하도록 공개적으로 회원들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인 행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A학회측은 회원에게 안내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A학회 관계자는 "다른 학회들도 논문을 인용하면 장려금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 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를 인용한 분들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장려금을 준다는 것이었는데, 추가로 참고문헌 인용을 요청하도록 한 것은 소식지 발행 과정에서 잘못 나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학회에서 의도한 바와 다르게 소식지에 문구가 잘못 표기됐다"며 "즉시 내부 회의를 거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구는 수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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