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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대 입학 '인성·팀워크·소통 능력' 판가름

기사승인 2017.04.04  1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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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미의 영국의사로 살기 ① 박현미(재영한인의사협회장·외과전문의)

<박현미의 영국의사로 살기>를 연재합니다. 이 칼럼은 의료선진국의 의료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국내 의료 현실에 대한 문제점 인식과 개선방향 도출하며 보건의료 정책 개발을 위한 의사 사회내 인식 제고를 위해 마련됐습니다.

필자는 버밍엄의대를 졸업(2002)한 후 노팅엄대학병원 외과 교수(2008∼2012)를 거쳐 2012년부터 현재까지 노스 트렌트 지역 Higher General Surgical Training에 재직하며, 재영한인의사협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의사생활 15년차, 100% 한국 유전자를 물려받은 스페인 2세, 재영한인의사협회장 외과의사 박현미입니다.

▲ 박현미(재영한인의사협회장·외과전문의)

한국전쟁 속에서 태어나 고모할머니 등에 엎혀 낙동강을 건너셨다는 전라도가 고향이신 아빠가 자주 들려주셨던 "핸미는!(아빠의 스페인 친구분들은 내 이름이 아직도 핸미라고 믿고 계심). 대한의 딸이요!"라고 하셨고,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현장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면서 아빠는 "다음은 우리다,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도 무시 못하는 나라가 될 거다"라며 두 살때 스페인 이민을 간 딸의 정체성을 이렇게 키워 주셨다.

초등학생때, 스페인사람들에게 한국은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나라였지만(일본? 중국?), 88 서울올림픽(학교 가야 하는 초등학생에게 밤마다 경기를 보게 했던 아빠)을 계기로 유럽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됐다.

2002 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필자는 스페인에서 대한민국을 응원했고, 21세기에는 한국제품을 안 쓰는 유럽인들이 없을 만큼,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복강경·로봇 외과수술에 있어서는 세계 각국에서 연수를 갈 만큼 자랑스러운 모국으로 발전했다.

두 개 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으로는 세계시장에서는 부족하다며 글로벌한 삶을 밀어주신 서울출신 엄마 덕분에 스페인에서부터 영국국제중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는 영국에서 보딩스쿨, 그리고 영국 의대 생활을 하게 됐다.

유럽에서의 유년 시절은 참으로 자유로웠다. 그 당시 "공부해라!"는 말은 부모님한테 한 번도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중학생 때는 교복 안에 수영복을 입고, 수업이 끝나면 바로 해변으로 직행, 그리고 해가 지면 집으로 왔다.

영국에서는 그렇게 하다가는 동상에 걸릴 확률이 높아 유년시절이 그리울 때면 피시 앤 칩스를 파는 레스토랑을 자주 간 덕에 살이 많이 쪘다. 그래도 주말에는 고등학교에서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Stratford-upon-Avon로 가서 셰익스피어 연극을 자주 봤다. 하늘은 언제나 회색이고 몸은 추웠어도 뇌는 즐거웠다.

영국 교육과정은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16살때까지는 모든 과목을 다 배운다(필자는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독일어까지 배웠다. 하지만 영국의사생활 하면서 파키스탄어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그 때는 몰랐다).

그렇지만, 마지막 2년(Advanced Level)은 과목 3개만을 선택해서 배운다. 의대를 들어가려면 16살 때 시험에서 화학·생물학·물리학·수학 점수를 다 A+를 받아야 하지만, 이 A-level이면 과학 과목을 배울 수 있고, 의대를 지망할 수 있다.

영국 대학은 입학 1년을 앞두고 지원을 한다. 영국 모든 대학은 UCAS(Universities and Colleges Admissions Service)를 통해야 하고, 의대는 최대 4개 대학(영국에는 33개 의대가 있다), 다른 전공분야는 5개 대학을 지원할 수 있다.

9월 개강이어서 11개월 전인 전해 10월에 원서를 넣고 의대 지망생들은 별도로 전국 시험을 1년 전에 치러야 한다. 영국 대학 원서 UCAS form에는 자기 소개서를 써야 하는 곳이 있다(4000 characters personal statement). 모든 의대 지망생들의 성적표는 비슷하게 A+밖에 없다. 그 중에서 누구를 인터뷰로 뽑을 것인가는 자기 소개서에 의해 결정된다.

유럽에서 의사는 공무원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모든 시민을 무료로 치료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의대생을 뽑을 때는 17살밖에 되지 않은 이 학생이 6년 후 우리 가족을 치료할 수 있는 자질을 가졌는지 평가해야 한다.

한 페이지의 자기소개서에 이를 증명하려면 대학교 입학 몇 년 전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의료에 관련된 꾸준한 봉사가 중요하다(양로원·병원 등. 나는 2년동안 매주 수요일 오후 양로원을 방문했고, 방학 때마다 스페인 병원에서 실습을 했고, 적십자를 통해 16살 때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취득했다). 다른 사람들과의 팀워크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의사 생활은 혼자 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럭비, 여자들은 하키 등을 주로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몸담았던 스카우트 활동까지 보태 공동생활을 잘 한다고 설명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리더십도 보여야 한다.

UCAS 원서마감은 10월이고 인터뷰 요청은 다음 해 1월 즈음부터 시작한다. 4개 의대에서 모두 받을 수 있고, all A+에 전국 일등 이더라도(유럽에는 등수가 없지만) 어떤 의대에서도 인터뷰 기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재수라는 것은 영국에는 드물다. 인터뷰 기회를 받으면 모두 이에 응한다.

한 학년에 300명의 의대생을 뽑는다면 인터뷰 대상이 되는 인원은 900명이다. 의대 쪽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한 학생당 70분간 인터뷰를 한다. 공부를 잘 하는지는 알기에, 의사가 갖춰야할 자질들과 인간성·팀워크·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주로 본다.

이렇게 인터뷰를 통과하면, A-level에서 A+ 3개를 요구받게 된다. 그 해 6월, 마지막 시험을 치르게 되고, 8월에 전국 시험 점수가 나오는데 의대에서 요구하는 시험 점수를 충족하면 9월에 입학하게 된다.

필자가 입학한 1997년도까지는 영국 내 모든 대학의 등록금이 무료였고, 그 후로 일년에 500, 1000 파운드로 부담을 늘려가더니 현재는 9000파운드까지 내야 한다. 영국은 학비를 국가에서 낮은 이자로 빌려 준다. 의대의 경우 다른 과목처럼 4년까지만 학비가 계산이 된다. 졸업하면 3만 6000파운드의 빚을 지게 된다.

이 빚은 한 달에 1457파운드 이상을 벌어야지 본격적으로 갚기 시작하고, 그 액수는 1457파운드를 빼고 나서 9%에 해당하는 돈이다. 한달에 2000파운드를 벌면, 48파운드를 갚아야 한다. 25년 후에도 남은 학비로 인한 빚은 탕감되고, 병으로 일을 못 하거나, 사망하는 경우에도 면제된다. 선불이 아닌 후불이기에 부모가 아닌 본인이 짊어질 학비이다.

영국의대는 1학년부터 본과로 anatomy·pathology·pharmacology·behavioural sciences·ethics등 예과를 거치지 않고 바로 시작한다. 그리고 환자들도 2주에 한 번씩 만난다.

다음 이야기는 '나의 재미있는 영국 의대생활'이다.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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