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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드온 코렌 교수 "한약 안전성 검증해야"
기드온 코렌 교수 "한약 안전성 검증해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4.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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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독성학 세계적 석학 "약재 안전성·유효성 검증 당연"
한국 산부인과 병원서 한약·생약 안전성 정보 축적 제안

▲ 기디언 코렌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임산부가 자신이 복용하는 한약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자세히 모른다는 사실"이라며 "한국처럼 의료가 이원화된 나라에서는 약의 성분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환자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의협신문 송성철
한약의 안전성·유효성 논란과 검증 요구가 수십 년 째 계속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이러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있듯 한약 처방에 흔히 쓰이는 '감초'의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은 지방자치단체의 한방난임사업을 계기로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검증 문제로까지 퍼지고 있다.

한국 태아기형유발물질정보센터 최준식·한정열 교수팀은 2013년  <Planta Medica>에 '임신부의 감초 복용 후 임신결과'를 통해 "감초를 복용했던 군이 복용하지 않았던 군에 비해 사산율이 7.9배 높다. 이는 한국인 임신부의 평균사산율보다 13배 높은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외국의 다른 연구자들도 감초성분이 조산율을 증가(Am J Epidemiol. 2002)시키며, 임신중독증과 관련(Arerugi. 1962)이 있다고 발표했다. 또 핀란드 연구팀은 2009년 임신 중 고용량의 감초 성분에 노출된 아이들은 언어와 시공간 능력을 비롯해 기억력이 의미 있게 감소하며, 집중력과 공격성향이 더 높다는 결과를 <Am J Epidemiol>에 발표했다.

대한의원협회는 "지방자치단체의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통해 산모에게 처방한 한약 중에는 태아는 물론 산모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한약재들이 포함돼 있다"면서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위험성이 수차례 보고된 한약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이라는 지자체의 선심성 정책을 통해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아 처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의원협회의 문제 제기에 대해 "왜곡된 해석과 설계 오류가 있는 논문 및 연구를 참고문헌으로 인용했다. 연구자체에 오류가 있다"며 "제한된 연구환경에서 약재별로 특정 용량 이상일 경우의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언급일 뿐 실제 한의 임상환경에서의 한약의 위험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급기야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은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 없이 한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법규는 국민의 생명과 보건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2015헌마1181)을 제기한 상태다.

임신 중 생약·한약 복용으로 인한 독성과 부작용을 비롯해 1670여 편의 약물 독성학 논문을 발표한 세계적인 석학 기디언 코렌 교수(캐나다 서온타리오대학 소아청소년과 및 약리·생리학이스라엘 텔아비브 의대 초빙교수)가 최근 제일병원과 태아기형유발물질정보센터가 주최한 임신부 약물 독성 관련 강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기디언 코렌 교수를 만나 임신 중 한약 복용으로 태아와 산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안전성·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물었다.

▲ 기디언 코렌 교수는 "임산부들이 생약이나 한약을 복용한다면, 의사들은 그들이 무엇을 복용했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며 "분만 병원을 중심으로 정보를 축적해 안전성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의협신문 송성철
코렌 교수는 임신 중 약물 독성학에 관해 많은 연구와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안다. 임신부가 감초를 비롯한 한약을 복용해도 태아와 임신부의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궁금하다. 특히 어떤 한약이 부작용 문제가 있는지 알려달라.

"우리가 모르는 내용이 많다. 누구도 체계적으로 검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태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한약 복용 사례를 들면, 블랙 코호시(black cohosh)라는 약초는 자궁수축을 일으킬 수 있다. 과다복용하기도 쉬우며, 이로 인해 자궁이 지나치게 수축하면서 태아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또 있다. 한 가지 식물로 약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보면 다른 식물도 섞여 있을 수 있다.

제가 보고한 사례를 보면 한 임산부가 시베리아 인삼 제품을 복용했다고 했는데, 태아는 생식기에 음모가 자란 채로 태어났다. 인삼이 그런 영향을 준다는 보고는 전혀 없었다. 연구 결과,  시베리아 인삼이 아닌 향가피(Periploca sepium)라는 식물에 의한 것이었다. 중국 북부에서 자라는 약초로 테스토스테론에 영향을 준다.
한약에는 무엇이 함유되어 있는지 자세히 알 수가 없다. 현대 의약품에서는 없는 문제다.

또 다른 문제는 한약재들이 환자가 복용하는 현대 의약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세인트존스 워트(St.John's Wort)'라는 생약은 우울증 치료에 쓰인다. 그런데 세인트존스 워트를 의약품과 같이 복용하면 신진대사가 더 빨라진다. 특히 장기 이식을 한 환자가 세인트존스워트를 복용하면 위험할 수 있다. 장기 이식 환자는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을 복용해야 하는데, 세인트존스워트로 인해 사이클로스포린이 더 활발하게 작용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임산부가 자신이 복용하는 한약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자세히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국처럼 의료가 이원화된 나라에서는 약의 성분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환자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어떤 의약품이든 국가가 공인한 임상시험을 거쳐 승인을 받아야 처방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한약의 경우 수 백 년 동안 한의사들이 경험적으로 처방했다는 이유로 임상시험을 면제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한 코렌 교수님의 견해가 궁금하다.

약물 독성학 전문가로서 이야기 하자면 인간에게 투여하거나 복용하는 것은 모두 검증을 거쳐야 한다. 검증은 당연하다. 이것은 세계 곳곳에서 큰 쟁점이 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전통의학이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많은 종류의 생약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인디언의 생약은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는다. 그들에게 생약 사용을 중단하는 법을 제정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여러 국가의 정부는 전통의학의 안전성 문제를 다루는 것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15년 전 복용하는 모든 생약에 대해 안전성 및 효과를 검사하기로 검증시스템을 바꾸기로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머지 않아 그게 너무 힘든 일이라는 게 확인됐다. 수많은 생약이 검사를 받았으며, 판매 중지를 당하자 제조업자들은 불만을 제기하며 소송을 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검증을 할 수 없게 됐다.

생약의 안전성·유효성 검증 문제는 세계 모든 국가에서 뜨거운 감자다.

제 생각은 해당 국가의 입장이 어떤 것인지 보다는 임산부와 태아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 임산부들이 생약이나 한약을 복용한다면, 의사들은 그들이 무엇을 복용했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여러분이 이에 대해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면 그 연구 결과는 비슷한 시스템을 가진 다른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이 일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 그렇게 된다면 생약의 안전성·유효성 문제를 해결하는 최초의 의사협회가 될 수 있을 거다.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쳐 한약을 유통하고 있나? 캐나다 정부는 어떻게 한약을 관리하고 있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한약과 생약은 현대의약품과 다른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의약품 관리 시스템을 바꾸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생약 검증 과정은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사람을 상대로 임상시험을 하기 전에 먼저 동물을 상대로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미국 및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전통의학이 뿌리 깊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 생각에 유일한 해결책은 정보를 모으는 거다. A라는 병원을 방문하는 임산부들에게 의사들이 어떤 약초를 먹고 있는지, 얼마나 섭취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야 한다. 5∼10년 정도 축적한 자료를 살펴보면 생약의 안전성에 대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임산부들이 한약을 섭취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정보를 수집하기가 어렵지만, 한약을 섭취하는 사례가 많은 한국은 가능하다고 본다.
 

▲ 기디언 코렌 교수는 "암 치료 한약이 큰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지만 불행히도 한약이 암 치료에 영향을 끼치는 사례들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의협신문 송성철
암 치료를 위한 한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암 치료 한약이 큰 이슈다. 암 치료를 맡은 의사가 더는 손쓸 방법이 없다고 한 경우 암 치료 한약이 큰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지만 불행히도 한약이 암 치료에 영향을 끼치는 사례들이 있다. 많은 암 환자는 엽산 길항제를 복용한다. 그런데 약초 중에 간섭작용을 일으켜 작용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백혈병 환아들이 이런 문제로 사망한 사례들을 본 적이 있다. 암 치료 한약에 상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약을 복용하더라도 약학적 지식이 있는 전문가가 약물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한약이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독성 문제를 비롯해 안전성·유효성 검증이라는 국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에 대한 견해는?

임산부들의 한약 복용 문제는 물론 한약의 세계화를 주장하려면 한약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약의 안전성 유효성 검증뿐 아니라 한약 생산 과정에서도 표준화된 절차를 따라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한약의 표준화는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정부가 그런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갈 길이 멀다.

먼저 임산부와 태아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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