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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산부인과 의사들을 거리로 내모는가?

기사승인 2017.04.19  17: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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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 개원의 협의회 보험이사 김재연

오는 4월 29일 오후 6시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 산부인과의사를 비롯한 의사들이 거리로 나선다고 한다.

최근 독일 국적의 38세의 산모가 1시간 30분 동안 태아의 심박동을 측정하지 않은 시간에 자궁 내 태아 사망이 발생된 사건이 발생했다. 산모 A씨는 몇 개월 뒤 분만을 담당했던 의사 B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에 의료감정을 의뢰했고, 독일의 산부인과 전문 의료진에게도 의료감정을 의뢰했다고 한다. 양 쪽의 의료감정 결과가 모두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왔고, 검찰은 이를 근거로 B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7일 인천지방법원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금고 8월을 선고했다.

▲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분만 중 발생한 태아 사망 등의 의료사고 사건에서 산부인과 의사에게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판결은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형사적 책임을 물어 유죄를 선고하고 구속형을 선고한 경우는 드물다.

산부인과 의사단체가 법원에 판결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분만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자궁 내 태아사망의 책임을 물어 산부인과 의사에게 구속형을 내릴 경우 분만기피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형사소송으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의사과실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을 처벌할 만큼 의료인의 과실이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해야 한다. 태아 심박동수를 1시간 30분간 측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산부인과 의사가 태아를 죽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분만 전 과정에서 태아 심박동수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았다고 형사처벌 까지 한다면 의료인은 항상 분만 전 과정에서 산모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므로 이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자궁 내 태아 사망은 불가항력적인 것이기에 법원의 금고형은 지나치다"며 전체의사를 대상으로 탄원서 서명을 받고 있다.

분만 수가는 고양이 눈물 만큼 올려주면서 배상금은 의료자본주의 미국 수가를 따라간다. 의료수가와 배상금도 연동이 되어야지, 이 상태로 가다간 의료사고 무서워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모두 '분만 거부운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의료사고에 대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에 의료감정을 의뢰했고, 과실 추정의 결정을 원용 한 것만으로 형사 처벌을 결정 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의료분쟁조정원의 결정이 민형사상 재판에서 원용 될 수 있는 판례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의료분쟁조정법이 원래 목적과 달리 오히려 의료분쟁을 조장하고, 의사들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제하고 있어 '의료 분쟁 조장 법 '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을 재확인하는 판결인 것이다.

이 사건이 의료계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 되는 이유는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한 형사처벌이 남발되고 있으며, 천문학적인 의료사고 배상금액이 비단 산부인과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의사들의 생존권이 달린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일본의 오노 병원 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만 사고로 산부인과 의사를 구속시킨 '오노병원 사건'은 일본 사회와 의료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항소심에서 법원의 무죄 판결 이후 언론은 "의사를 구속 기소한 것은 무리가 있었다. 경찰의 수사는 의사 고유의 재량에까지 과실 책임의 죄를 묻는 무리수를 뒀다"며 경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을 지적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과 정치권에서 산부인과 분만 의료시스템 붕괴의 심각함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일본 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의사회 등은 경찰이 오노병원 의사 카이 씨를 체포한 것에 대해 "좌시할 수 없다"며 강력히 항의하는 성명을 냈다. 사건 이후 일본 정부는 분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산모에게 출산 보조금 39만 엔 (한화 560 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일본 산부인과 의사들은 지자체 및 기타지원금을 합해 총 42만 엔을 지급 받고 있다.

또한 산부인과 전문인력 지원을 위해 일본 정부는 3년간 2100억 엔( 한화 2조 9400억 원)의 지원이 있었다. 또 산과 무과실 보상 제도를 도입해 뇌성마비의 경우 3000만 엔 (한화 4억2000만 원)을 전액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를 위한 재원조차 산부인과의사에게 30% 부담지우는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과 정 반대다.

분노한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실을 떠나기 전에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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