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코골이수술 이력 확인 없이 프로포폴...의료진 과실"
"코골이수술 이력 확인 없이 프로포폴...의료진 과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5.11 12:1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면마취 중 무호흡...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장해 남아
대법원, 문진 소홀 주의의무 위반...1억 4948만 원 배상 판결

▲ 대법원
프로포폴을 이용한 진정 최면 중에 무호흡 증세가 발생,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한 사건에서 법원이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을 들어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문진을 통해 환자의 과거력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은 채 프로포폴을 투여했다는 점에 의료과실의 무게를 실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대법관 김재형)는 A씨가 B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다20896)에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원심 법원(서울고등법원 2013나34039, 2015년 2월 12일 선고)이 판결한 1억 4948만 원의 손해배상액이 확정됐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의 주치의로서 원고가 인지능력이 저하된 상태임을 알고 있었으므로 진료기록 등을 통하여 원고가 말한 '혀 수술'의 경위와 내용을 살펴 원고에게 수면무호흡 증상이 있음을 확인하고 큰 병원으로 전원하거나 수면내시경 검사 도중 호흡정지 등의 응급상태를 대비하기 위해 충분한 준비를 했어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실제 수면내시경 검사를 실시한 C의사에게 원고에 대한 수면내시경 검사의 위험성을 알리지도 않아 원고에게 호흡정지가 발생했을 때 바로 기관 삽관을 실시하지 못함으로써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했다"고 지적했다.

"원심판결의 이유에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밝힌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과실과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2004년경부터 B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 2010년 7월 19일 지방이식 수술을 하면서 수면내시경으로 위내시경 및 대장내시경 검사를 함께해 줄 것을 요청했다. B원장은 7월 25일 지방이식 수술과 수면내시경 방법에 의한 위내시경 및 대장내시경 검사를 함께 하기로 하고, 후배인 C외과 전문의에게 지방이식 수술과 위내시경 및 대장내시경 검사를 함께해 줄 것을 부탁했다.

C전문의는 7월 25일 의사와 간호사 등이 함께 있는 상태에서 수면내시경 검사를 실시하기 위해 원고에게 1% 프로포폴 4㎖를 투여했으나, 수면유도가 되지 않아 추가로 프로포폴 4㎖를 투여했다.

C전문의는 수면유지를 위해 투여량을 60㎖/시간으로 유지했다. 수면내시경 검사 중 원고의 말초 산소포화도는 90∼96%였다.

약 15분간 수면내시경 검사를 하던 중 무호흡 증세를 발견한 C전문의는 수면내시경 검사를 중단하고 내시경 기구를 뺀 다음 응급조치를 위해 기관 삽관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앰부배깅으로 산소를 공급했다.

외래 진료를 하던 B원장은 응급상황을 보고받고 달려와  12시 31분경 119안전센터 구급대에 신고했으며, 12시 48분경 출동한 구급차량을 이용해 D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12시 50분경 D병원 도착 당시 원고는 의식은 없으나 자극에 움츠리는 반응을 보였고, 무호흡은 아니었으며 비정상적인 호흡을 했다. 활력징후는 혈압 200/120㎜Hg, 맥박 136회/분, 체온 36℃로 혈압 및 맥박수가 정상 수치보다 높은 편이었으며, 말초 산소포화도는 87%였다.

D병원 의료진은 A씨가 도착한 직후 기관 삽관을 시행하고, 고농도 산소를 공급했으며, 수액을 주입하고, 동맥혈 가스검사 및 혈액 검사를 시행했다. 13시 5분경 비위관을 삽입했으며, 당시 원고의 말초 산소포화도는 99%로 호전됐다.

13시 20분경 A씨의 활력징후는 혈압 160/100㎜Hg, 맥박수 104회/분, 호흡수 16회/분으로 안정화됐고, 14시 1분경 산소포화도도 정상 소견을 보였다. 14시 45분경 뇌전산화 단층 촬영을 받고, 15시 30분경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A씨는 7월 25일부터 8월 23일까지 D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으며, 8월 24∼27일 E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A씨는 9월 2일부터 11월 15일까지 F재활병원에, 2011년 1월 8∼13일 D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A씨는 사고 이후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해 기억력 감소 및 영구적인 하지운동력 약화 및 좌측 부전마비 증상이 남게 됐다.

A씨는 과거 병력에 대한 평가 없이 성급히 수면내시경 검사 실시를 결정한 점, 즉각적인 소생술 실시가 가능한 시설등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프로포폴을 사용한 점,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으로 인해 저산소성 뇌손상과 장애 증상이 남게 됐다며 사무집행을 사실상 지휘·감독하는 B원장이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B원장은 수면내시경 검사를 실시하기 전 A씨에게 과거 수술 전력을 확인했으나, 코골이 수술 등 과거 병력을 알리지 않았고, 응급상황시 기관 삽관에 필요한 장비·산소·앰부·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을 구비하고 있었으며, 프로포폴 투여량은 적정했다고 항변했다.

수면내시경 검사 도중 무호흡 증세가 발생하자 구인두기도유지기 삽입 및 앰부배깅을 실시하며, 적절히 응급처치를 한 점도 들어 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2008년 6월 27일 B의원 진료기록에 2008년 5월 27일 코골이 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기록한 점, A씨를 장기간 진료하면서 지속적으로 혀가 아프고 불편한 '설염' 증상을 호소한 것을 들은 점, A씨가 '설염' 증상에 관해 2010년 7월 1일경 수술을 받는다는 점을 2010년 6월 26일자 진료기록에 기재한 점 등을 짚은 뒤 피고로서는 원고의 '설염' 증상에 대해 발생 경위와 수술 경위에 관해 문진하거나 진료기록을 확인함으로써 코골이 수술을 받은 병력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평소 원고의 말투가 어눌하고 인지능력도 떨어진 상태였던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혀수술'에 대해 경위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코골이 수술 등 과거 병력을 정확히 조사해 수면무호흡 증상이 있음을 확인하고 ,  큰 병원으로 전원하거나 수면내시경 검사 도중 호흡정지 등의 응급상태를 대비하기 위한 충분한 준비를 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했다"면서 "C전문의에게 원고에 대한 수면내시경 검사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은 잘못이 있고, 이로 말미암아 호흡정지가 발생했을 때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바로 기관 삽관을 실시하지 못함으로써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면내시경 검사를 실시하기 전에 즉시 기관 삽관이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거나 수면내시경 검사시 발생할 수 있는 호흡정지 등의 응급상태에 대비해 충분한 준비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면내시경 검사를 실시한 C전문의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음으로써 무호흡 증세를 보인 원고에 대해 즉시 기관 삽관을 통한 충분한 응급조치를 다하지 못하게 하고, 저산소성 뇌손상에 이르게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프로포폴 투여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의사로서의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넘어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상적인 치료라 하더라도 프로포폴의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저산소증이 발생할 수 있는 점, 프로포폴은 빠른 수면효과와 환자의 높은 만족도 등을 이유로 이를 사용한 수면내시경 검사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점, C전문의가 기관 삽관에 실패하기는 했으나 피고로서도 그 후 응급조치 등은 신속하게 취한 점 등을 참작,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따라 책임제한 비율을 50%로 제한했다.

2억 9241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한 A씨는 50%인 1억 4948만 원을 배상받게 됐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