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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거부한 경우까지 설명의무 강제해서야
설명 거부한 경우까지 설명의무 강제해서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5.2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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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변호사 "손해배상책임·의료법 달리 판단...법질서 혼란"
행정기관 지나친 개입 형식적·방어적 설명 초래...검토해 보완해야

▲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가 21일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월례강연에서 '개정 의료법상 설명의무에 관한 비판적 고찰'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환자가 스스로 설명 받기를 거부하거나 포기한 경우에까지 설명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20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월례강연에서 '개정 의료법상 설명의무에 관한 비판적 고찰'을 통해 "환자가 설명받기를 거부하거나 포기했음에도 설명을 강행하면 환자에 대한 '배려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법이 의사에게 모순되는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 변호사는 "정확하고 상세한 설명이 오히려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경우에는 설명의무를 면제 또는 축소하거나 아니면 그 내용을 환자 본인 대신에 보호자에게 설명하게 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법질서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현 변호사는 "개정 의료법 시행 이후 설명의무 위반이 동일한 사안이라도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과 의료법상 과태료 처분이 서로 달리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며 "법질서 전체의 통일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우려스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의료분야와 같이 다양한 법률의 적용을 받고 관련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에는 새로운 입법이 초래할 수 있는 파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현 변호사는 "설명의무에 대한 행정적 개입은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관계를 흔들 수 있고, 결과와 상관없는 일률적인 설명의무의 강제는 의료분쟁 및 의료비용의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건강보험제도라는 공적 의료보장체계에서 의사에 대한 새로운 의무의 부과는 그에 대한 보상이 필요로 하는데, 그 보상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제도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법 '설명의무' 조항(6월 21일 시행)이 시행하기도 전에 비판을 받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 공청회와 기존 법리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은 채 발의 3개월 만에 입법됐기 때문"이라며 의료법 개정 과정이 상당히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짚었다.

현 변호사는 "설명의무를 민법이 아닌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기존의 법리와 달리 설명의무에 관한 내용을 규정한 것은 법적 안정성이나 전체 법질서 통일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부적절하다"면서 "의료행위의 결과와 상관없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과태료 처분을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도 의문"이라며 "의사의 설명의무와 대부업자의 설명의무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설명의무 시행으로 환자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이 보다 확대될 수 있지만 의사와 환자 간 분쟁과 갈등은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 변호사는 "앞으로 진료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환자는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바로 행정기관에 행정개입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행정기관의 개입은 설명의무의 이행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지나친 개입이나 일률적인 판단은 오히려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대화에 의한 설명을 방해하고, 형식적·방어적 설명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학술발표회 참석 회원들은 설명의무의 주체에 간호사를 포함하지 않은 점, 법정대리인인 외에 가족·친족·임의대리인을 배제한 점 등을 지적하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병남 변호사는 "의료행위는 사적 자치인 만큼 행정 통제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존 학설과 판례를 충분히 검토해 문제가 되는 조항을 개정할 수 있도록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명의무법안이 환자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A대학병원 법무팀 관계자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은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수술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수술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수술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이 적힌 서면 또는 전자문서를 설명하고 환자가 서명한 동의서를 받아 2년 간 보존하면 된다"며 서류상 요건을 갖추는지가 법규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상엽 대한준법지원인협회 이사는 "동의서를 누구에게 받았는지, 법에서 규정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의료인의 성실한 설명은 의료인을 여러 가지 법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법 제24조의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


①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이하 이 조에서 "수술 등"이라 한다)를 하는 경우 제2항에 따른 사항을 환자(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수술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에 따라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2. 수술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3.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4. 수술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5. 수술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

③ 환자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에게 제1항에 따른 동의서 사본의 발급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제1항에 따라 동의를 받은 사항 중 수술등의 방법 및 내용, 수술등에 참여한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 사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⑤ 제1항 및 제4항에 따른 설명, 동의 및 고지의 방법·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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