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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삭감 '이의신청' 안하면 계속 당한다

이유 없는 삭감 '이의신청' 안하면 계속 당한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6.0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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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전산삭감 때문...재심사·이의신청·심판·소송 통해 권리 찾아야
병협 2일 보험심사·원무행정 연수교육...삭감률 제로 도전 900여명 참여

▲ 2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마리아홀에서 열린 보험심사 및 원무행정 연수교육에는 전국 의료기관에서 심사와 보험업무를 맡고 있는 900여명의 관계자가 참여했다. 병협은 전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심사 및 원무 분야 연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정당하게 진료 했음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삭감을 당한 경우 적극적인 권리 구제를 통해 잘못된 심사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미영 고대안암병원 심사평가팀장은 2일 대한병원협회가 주관한 '보험심사 및 원무행정 연수교육'에서 '진료비 사후관리' 주제 강연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원의 요양급여비용 심사조정 등에 대해 이의가 있거나 착오청구에 대한 정정을 요구할 때 통보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서면 또는 심평원 웹을 통해 재심사조정청구나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면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에는 건강보험 분쟁조정위원회에 심판청구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수교육을 지켜본 900여명의 참석자들도 공감을 표했다.

이 팀장은 심평원의 기계적인 전산 삭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안과 수술 전 점안액을 5회까지 투여할 수 있음에도 3회로, 소이증 환자의 늑골절제술을 8회가 아닌 4회로  전산심사 프로그램을 입력해 삭감한 사례를 예로 든 이 팀장은 "심평원이 전산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수치를 잘못 입력해 놓은 경우 재심사조정청구와 이의신청 등을 통해 바로잡지 않는 한 계속 기계적인 삭감을 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요양기관 심사담당자들이 적극적인 권리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진료기록부나 담당의사의 소견서를 함께 제시해 인정받은 경우도 있다"면서 "정당한 진료를 하고도 삭감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리구제 방법은 ▲재심사조정청구(심사결정 통보 후 90일 이내 제기, 심평원 30일 이내 답변) ▲이의신청(심사결정 통보 후 90일 이내 제기, 심평원 60일 이내 답변) ▲건강보험 분쟁조정위원회 심판청구(이의신청 결정에 불복한 경우 90일 이내 제기, 30일 이내 답변) ▲행정소송(이의신청·심판청구 결정에 불복한 경우 또는 심사결정 통보 후 바로 진행) 등이 있다.

심평원이 집계한 이의신청 건수는 2016년 한 해에만 97만 5323건. 해를 넘어 처리하지 못한 묵은 이의신청 건수까지 합산하면 100만 건이 넘는다.

2016년 한 해 심평원이 심사조정해 요양기관에 통보한 건수는 723만 1050건(금액 1818억 3200만 원)으로 이중 45만 1194건(6.2%)이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의신청 금액은 681억 800만 원으로 전체 통보금액의 37.5%에 달한다.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처리기한인 60일 이내 답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심평원 심사관리실은 최근 들어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 기한내 처리 비율을 높이고 있지만 심사의 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의신청 결과에 불만을 품고 보건복지부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심판청구를 제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1만 4834건(금액 111억 900만 원)이, 2017년 1분기 9958건(금액 65억 8400만 원)의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건강보험 분쟁위의 실무를 지원하는 사무국을 신설하고, 60명의 위원과 8개 분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모든 위원이 비상근이어서 업무 처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 분쟁위 심판청구 미처리 건수는 2014년 6만 6613건, 2015년 7만 9892건, 2016년 8만 9323건 등 점점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의신청·심판청구로 인해 처리기한이 늘어나면서 요양급여비를 뒤늦게 받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2014년 12월 청구한 A환자의 수술비는 이의신청과 심판청구를 거치면서 아직까지 돌려받지 못했다"고 밝힌 이 팀장은 "심판청구마저 기각될 경우 행정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데 언제쯤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고 했다.

▲ 이미영 고대안암병원 심사평가팀장이 '진료비 사후관리'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강의 말미에 이 팀장은 심평원의 진료비청구포털 '미청구자료 예고시스템'을 소개했다.

"진료비청구포털을 실행하면 미청구·반송·보완청구 건에 해당하는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미청구자료 예고시스템에서 전월에 해당하는 통보일자의 반송 건을 조회해 재접수된 내역이 없는 요양기관에 재청구를 안내받을 수 있다"고 언급한 이 팀장은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나서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수강좌에 참여한 병원 심사팀 관계자들은 "심평원은 보건복지부 고시인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과 자체 '심사지침'을 내세워 요양급여비용을 삭감하고 있지만 의학적 근거에 맞지 않고, 임상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송을 통해서라도 시시비비를 가려보겠다는 요양기관도 늘고 있다.

B대학병원의 경우 심평원이 척추수술 재료대·마취료·수술료 등을 감액·조정하자 보험급여비용 조정처분 취소 소송(2015구합80390)을 제기, 5년 만에 요양급여비용을 받아냈다.

C요양병원도 환자의 상태에 대해 구체적인 심사없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감액한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2015구합70706)을 제기, 부당하다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

지난 2월 심평원이 피고로 참여하고 있는 행정소송은 줄잡아 60여건에 달한다.

연수교육에 참가한 D대학병원 관계자는 "심사결과가 지난해와 올해가 다르고, 담당자가 바뀌면 달라지기도 한다. 왜 삭감이 됐는지 정확히 알려주지도 않는다"면서 "진료비 심사평가 전문기관인 심평원이 심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5월 25일 국회 양승조·전혜숙 의원과 심평원이 함께 연 '국민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건강보험 발전 방향'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김윤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전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장)는 "현재 심사와 평가 시스템은 미시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김 교수는 "심사는 의사 중심으로, 의무기록 기반한 진료 분야 단위로 전환하고, 평가는 전향적이면서 전문가 중심의 근거기반 평가로 바꿔야 한다"면서 심평원의 새로운 변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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