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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은 '성분명'…약값 종류 상관없이 '정액'

기사승인 2017.06.06  0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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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미의 영국의사로 살기 ③ 박현미(재영한인의사협회장·외과전문의)

▲ 박현미(재영한인의사협회장·외과전문의)

나는 만 18세였고 의대 1학년 1학기의 첫번째 주에 그녀는 27살 영국인으로 나의 첫 환자이었다. 유치원생을 둔 영국인 엄마는 2년동안 내게 맡겨진 만성질환 환자로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얼굴과 몸 상태가 기억에 생생하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강직성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은 그녀의 몸을 굳게 만들고, 흉곽이상으로 숨이 가빴다. 아이를 더 갖고 싶어하는 젊은 부부에게 면역억제제와 독한 진통제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환자와 의사의 상담이 안타까워 보였다.

고등학교 마지막 이년 동안 과학과목 3개만 공부하기에 영국 의대는 1학년부터 바로 본과로 들어간다. 대부분 첫 2년은 pre-clinical로 병원보다는 대학교에서 시간을 더 보내지만, 영국 의대들은 1990년도 중반부터 환자 접촉을 일찍부터 도입했다. 그리고 강의보다 소규모 그룹토의, PBL(problem based learning)이 시간표를 더 차지했다.

나는 1학년 1학기 첫번째 주에 200명의 의대 입학생들과 4명씩 조를 짜서 2주일에 하루씩 일차 가정의학과병원 General Practice에 배정됐다. 내가 속한 조는 여자 둘, 남자 둘로 블론드 머리의 영국 북쪽에서 온 여학생, 갈색 머리에 190cm 키인 영국 남학생, 엄마가 영국인 아빠가 인도인인 혼혈 남학생 그리고 스페인에서 온 한국인인 나로 'United Colors of Benetton' 화보 같았다.

영국 남학생이 15년 된 작은 하늘색 시트로엥차를 갖고 있기에 우리 넷은 기름값을 분담하면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General Practice에서 2주일에 한번씩 수요일을 함께 보냈다.

가정의학과에서 배우는 만성질환관리와 질병예방은 환자를 통해서 배웠다. GP선생님께서 의대생에게 한 명씩 만성질환자를 매칭시켜주면서 환자의 집도 방문하고 환자의 병력을 파악하며, 병이 삶에 끼치는 영향까지 2년동안 2주마다 한번씩 만나면서 지켜보았다.

영국에는 아직도 의사가 사회에서 존경받는 직업이다. 환자는 정부에 세금을 내고 의료비는 정부에서 부담하니 환자는 의사에게 직접 돈을 지불하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영국의 어느 NHS병원이던 계산하는 사람이 없다.

영국 NHS(National Health Service)는 1948년에 시작한 무료 국민 건강 서비스이기에 1948년 이전에 태어나고, 2차 대전을 겪은 고령의 환자분들은 특히 의료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 하고 친절하다. 그리고 대부분 영국 환자들은 의대생들에게도 '당연히 배워야 나중에 좋은 의사가 되지요'하면서 시간과 몸을 내어 준다.

요즘에도 외래에서 진료실을 두 개씩 두고, 새로운 환자가 왔을때 내가 의대생과 같이 들어가 환자분께 이 학생이 먼저 병력청취를 하고 나서, 외래를 볼 수 있는지 양해를 구하면 99%는 웃으면서 응하고, 15분 후에 들어가 보면 학생 칭찬을 하는 환자분들이 많다.

정맥주사를 할 때는 학생도 배워야 한다며 한쪽 팔에서 두 번 이상 라인을 못 잡을 때 다른 팔을 내어 주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임신과 출산도 GP랑 조산사와 같이 돌보기에 임신한 환자도 나에게 주어졌다. 산모는 초산인 젊은 엄마였고, 트럭 운전사였던 남편과 설레이는 임신 기간들을 같이 보냈고, 태어난 아기의 6주 검사를 GP에서 할 때 학생인 나도 같이 배웠다. 6개월 된 아기를 처음으로 유아원에 두고 다시 일터를 나간 날에는 많이 울었다고 설명했을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한국에서는 영국이라는 단어를 England로도 쓰고 United Kingdom이라고도 쓴다. 정부나 보건복지부에서 기술한다면 이 두 단어가 다르다는 걸 꼭 이해해야 한다. 6500만의 인구로 형성된 United Kingdom은 네 나라로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즈·북아일랜드이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8명(WHO 2015)이다. 대한민국은 2.2명이고(WHO 2014), 유럽 평균은 1000명당 의사 3.4명이다.

각 나라마다 특히 스코틀랜드의 경우는 중앙정부가 분리돼 재정을 따로 관리한다. 잉글랜드에서는 처방하는 약값이 8.6파운드(1만 2500원)이지만 스코틀랜드나 웨일즈에서는 무료다. 약 종류 상관없이 잉글랜드 환자가 내는 정해진 가격이다.

환자들은 약값이 얼마인지를 모른다. 항생제 일주일분이든, 고혈압약 두 달 어치든 1만 2500원이다. 잉글랜드에서도 처방하는 약값이 무료인 환자들은 병원 입원 환자·60세 이상·16세미만·16∼18세 학생·임산부·출산 후 12개월 이내의 산모·만성질환(예를 들면 당뇨)·장애인 그리고 기초수급대상자들이다. 대학 학비도 스코틀랜드는 무료이고 잉글랜드는 1년에 9000파운드(1300만원)이다.

아무 약이나 가격 상관 없이 처방비는 일정하며 가능한 상품명(예를 들면 Pariet)이 아닌 성분명(예를 들면Rabeprazole)으로 처방한다. 영국에서는 의대 교육 중에 성분명만 배웠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매일 처방하는 약들의 몰랐던 상품명을 찾아봤다.

지난 2013년 미국 학회에서 런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는데 새 PPI를 만들어낸 제약회사가 발표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PPI 상품명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영국에서 온 4명의 의사들은 이 장면을 희한해하며 보고 있었다. 값이 싸고 효과가 있는 Omeprazole이 있는데 왜 이러지? 하면서다.

영국 병원에서는 혹시나 내가 drug chart에다 상품명을 쓰게 되면(예를 들면 Enoxaparin 대신 Clexane) 병동 약사가 초록색 볼펜으로 줄을 확 긋고 그 밑에 성분명을 쓴다.

United kingdom 전체 6500만의 인구 중 5500만명은 잉글랜드에 산다. 5000만명이 사는 대한민국과 비슷하다. Health Education England는 Department of Health의 3개 부서 중 하나로 1년에 72조원을 의료인들의 교육에 쓴다.

학생들을 교육하는 GP는 대학교에서 펀딩을 받고, 가정의학과 수련의를 받는 GP는 펀딩을 Health Education England에서 따로 받는다.

United Kingdom에 General Practice 가정의학과 의사는 4만 3000명이고 9800practice에서 근무한다. 의과대학 졸업 후 대학병원에서 Foundation Programme 2년 그리고 가정의학과 수련 2년간 여러 전문과를 돌고 일차 병원에서 GP로 일년 수련 후 전문의 시험에 합격해야 independent GP가 될 수 있다.

혼자 일하는 GP도 있지만 대부분 한 practice에 여러 GP들이 모여서 같이 운영하며 환자들을 돌본다. 모든 United Kingdom에 사는 국민은 집 근처에 있는 General Practice에 등록하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요람에서 무덤까지) 주치의가 정해진다.

한 GP의사는 평균적으로 2000명을 돌보고 있다. 나도 집에서 800m 떨어져 있는 GP에게 등록돼 있다. 대부분의 병들을 먼저 접하면서 전문의에게 의뢰하거나, 만성질환을 돌보고 질병 예방을 책임진다. 암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때는 2주 경로로 2차나 3차 병원에 보내진다.

대장항문외과 외래의 반은 2주 안으로 specialist 외래로 오는 환자들로 차 있다. Primary Care에 있는 General Practice 의사들은 NHS의 기반이고 온 국민의 건강을 유지해 주는 의사들이다.

5월 22일에 영국에서 너무 갑자기 일어난 테러사건 때문에 맨체스터에 있는 NHS 동료들이 많이 애쓰고 있다. 희생자 중에 어린이들이 많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 다음 편에는 Major Incident & Emergency Response로, 모든 영국 의료인들이 받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이다.

필자는 버밍엄의대를 졸업(2002)한 후 노팅엄대학병원 외과 Teaching Fellow (2008∼2012)를 거쳐 2012년부터 현재까지 노스 트렌트 지역 Higher General Surgical Training에 재직하며, 재영한인의사협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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