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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법 곧 시행인데...의료계 우려는 여전
연명의료법 곧 시행인데...의료계 우려는 여전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7.06.2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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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중단↔유보 개념 불명확...대상 구별 필요
DNR 불법화 가능성·과도한 벌칙 규정도 활성화 걸림돌

▲ 20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오는 8월 4일 시행을 앞 둔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법 세부 조항에 대한 개정 필요성부터 법 시행을 유예하고 법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의협신문 김선경
일명 '연명의료결정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연명의료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개념 혼재로 본래의 법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률상 연명의료 중단과 유보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의료인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원하는 환자에게까지 연명의료결정법 상 연명의료 중단 결정과 같은 규정을 적용해 서비스 제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연명의료 중단과 유보를 구별할 필요가 있고, 중단만 연명의료 결정 대상에 넣어, 유보의 의미가 있는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진노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법제이사는 20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국회서 열린 '연명의료결정법,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의 기회인가, 위기인가' 토론회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 박진노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법제이사.
박 이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모든 임종에 적용되는 법인지, 특수상황에 적용되는 법인지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특수상황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이 법이 모든 임종 과정의 환자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법 조항에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법 적용을 받는 환자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8월 4일 시행 예정인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문제점을 열거하고 대안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우선 "연명의료 중단 결정 이행 시에 일률적으로 영양분, 산소, 물 공급을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명의료는 암 환자를 포함하는 말기 환자뿐 아니라 모든 임종 과정 환자에 적용하는 것이므로 항암제는 빼고 승압제, ECMO, 비침습적 인공환기 등은 포함돼야 한다"면서 기존 법에 '단,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 의학적 판단에 따라서 시행한다'는 조항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DNR 제도(심폐소생술금지)의 불법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연명의료계획서를 본인만 작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을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도 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현재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DNR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지금의 연명의료결정법보다 환자의 존엄한 죽음에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의료인이 많다"고 부연했다.

과도한 벌칙조항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조장하는 폐해를 낳을 수 있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의료진이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방어적으로 진료하게 돼 오히려 연명의료를 조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먼저 연명의료결정법 벌칙 조항을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정·보완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시범사업 시행 기간 동안 법칙 조항은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말기진단 의료진 자격을 전문의로 제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자에 모든 임종기 환자 포함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점 ▲과도한 서식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의무화 ▲호스피스전문기관 평가 및 인력·시설·장비·운영기준에 대한 문제점들도 제기했다.

연명의료·호스피스 결정 '의료 대리인' 도입 필요
최경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명의료 결정에 있어 대리인 제도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의료인에게는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를 대신해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대리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의존해 왔던 비법률적인 '보호자' 개념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우며, 가족 일부의 대리 결정 역시 법률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명의료결정법은 이런 부분을 고려해 의사 추정에서 가족 2인 이상의 의견 일치, 대리 결정이 필요한 경우 가족 전원의 결정 등의 내용을 법률에 반영했지만, 무연고자의 경우와 치료거부권과의 충돌 경우 등을 해결하기에 미흡하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의료 대리인 지정 규정 마련을 제시했다. 그는 "연명의료와 호스피스완호의료와 관련해 민법상 성년후견인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료결정과 관련된 의료 대리인 지정 절차를 규정하고, 이것이 특별법 지위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의료 대리인 지정에 따른 단서도 달았다. 그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의료결정이 올바르고 시의적절하게 내려질 수 있도록 미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련 전문 분야 전문인력의 협조를 받으며 의사결정이 진행되도록 하는 총체적인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법 시행 자체를 반대하는 다소 과격한 주장도 나왔다. 이석배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1998년 보라매병원 사건부터 연명의료와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20년간 해왔는데, 그동안 형성된 사회적 합의 내용이 법에 제대로 담기지 못했다"면서 "이대로 법이 시행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이 법은 의사의 직업윤리에 반하는 법이며, 법 내용에 연명의료와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혼재돼 있다. 환자단체들이 연명의료 등에 관해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요구하는데, 이는 요구권이 아니라 거부권이다"라면서 "이 법은 이대로 시행되면 안 된다. 8월 시행 전에 내용을 보완하던지, 아니면 부칙을 개정해 법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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