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분위기는 고사하고 내홍 더 깊어져 곤혹
약계 내홍으로 이미 FIP 서울대회와 동반 개최하려 한 전국약사대회가 지난 7월 취소됐다. 대회 개최 불과 20여일 전인 22일에는 약사회 전국분회장협의체가 조찬휘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약사회원 서명운동에 돌입하면서 축제분위기는 '물건너가는' 모양새다.
약계 자율단체인 '새물결약사회'와 '전국약사연합'·'늘픔약사회'·'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역시 전국분회장협의체와 조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22일 열었다. 분회장협의체 대표와 일부 분회장들은 16일 서울중앙지검에 조찬휘 회장을 연수교육비 전용 관련 배임수재와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조찬휘 회장은 최근 FIP 서울총회 개최를 앞두고 화합을 촉구하고 있지만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측은 오히려 퇴진 압박을 조직화하면서 약계는 축제분위기는 고사하고 한겨울 날씨처럼 얼어붙었다.
약사회측 대회 개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FIP 서울총회에는 세계 각국의 3000여명의 약사와 1만2000여명의 국내 약사가 참여하는 세계 약사들의 최대 축제다. 아시아에서는 6번째,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된다.
약계는 대회 유치를 위해 10여년 전부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서울대회 유치를 확정하고는 2017년 9월 10∼14일 FIP 서울대회 성공 개최를 위해 달려왔지만 외부요인도 아닌 내부, 그것도 약사회장 비리 스캔들로 축제의 장은 갈등이 폭발하는 전쟁터가 돼버렸다.
전국약사대회 개최를 통해 약계가 힘을 주고 싶었던 성분명처방 활성화와 일반약 슈퍼판매 축소 등의 목소리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약사회는 애초 전국약사대회를 열어 정치권 유력인사를 초청하고 그 앞에서 약계의 세를 과시하려 했지만 전국약사대회는 전격 취소됐다. 대회 취소로 FIP 총회 장소도 잠실체육관에서 서울 코엑스로 축소됐다.
FIP 서울대회 조직위원회측은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7일 "FIP 서울대회 준비가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약사들의 반응은 냉랭한 분위기다. A약사는 "약계가 내홍을 앓고 있는데 국제대회 유치에 큰 관심이 가겠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약사회측 관계자는 "분위기야 썰렁하겠지만 대회야 일정대로 어떡하든 마무리되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10여년을 공들인 국제 대회를 앞두고 터진 내홍이 안타깝다"며 말을 아꼈다.
조찬휘 약사회장은 2014년 약사회관 신축 논의가 시작됐을 때 L모씨와 신축될 약사회관의 일부 운영권 판매계약을 맺고 가계약금으로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두달 전 밝혀진 후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가계약금 1억원을 1년 6개월 동안 갖고 있다 회관 신축이 어려워지자 L씨에게 되돌려줬다고도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한약사회 대의원총회는 지난 7월 18일 임시총회를 열어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의 사퇴권고안과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안을 의결했지만 함께 상정된 불신임안은 부결됐다.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수지만 퇴진을 의결하기 위한 정족수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임총 이후 약사회 내홍은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