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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앞 내다보는 보건의료 발전 계획 세워야
15년 앞 내다보는 보건의료 발전 계획 세워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8.2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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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보건의료발전 계획 실종...국가차원 의료계획 부재
이규식 건정연 원장 "병원중심 의료체계 지속하면 재앙"
▲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연세대 명예교수)

선거 공약에 밀려 보건의료 기본정책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고,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따를 수 있는 장기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기본법이 규정한 보건의료발전계획 이외에 15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 의료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연세대 명예교수)은 이슈페이퍼 최근호에 '의료개혁과 의료계획의 수립'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는 1977년 사회보험방식의 의료보험을 도입했지만 지금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계획을 수립한 적이 없다"면서 "의료체계를 포괄하는 종합계획을 수립·집행하지 않은 채 단편적인 각종 정책을 집행하다보니 과도한 의료이용 현상 심화·의료시설의 과잉 공급·의료인력 확보·의료질 적정성 등이 문제가 되고 있고, 의료체계는 병원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더라도 실제 정책은 5년마다 대통령 선거 공약에 밀려 사문화되기 때문에 기본계획 수립을 아예 포기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라며 "선거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응급적인 정책이 많고, 선거공약 위주로 정책을 집행해 오늘의 문제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선거공약에 밀려 기본정책이 흔들리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5개년 기본계획 이외에 15년 단위의 장기구상을 수립해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따를 수 있는 장기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힌 이 교수는 "장기 구상은 5개년 계획과는 달리 고령화·만성질병·저성장 경제와 같은 환경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에 중점을 두고,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정점으로 응급의료법에 의한 응급의료기본계획, 의료법에 따른 병상수급계획, 지역보건법에 의한 지역보건의료계획, 공공보건의료법에 의한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한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등 각 법령에 의한 계획을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면서 "보건·의료 관련 계획들이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을 범부처적 참여를 통한 국가기본계획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국회의 동의를 거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이 원장은 "의료계획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상시 실무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에서 '병원중심' 의료체계를 유지할 경우 초고령사회를 시작하는 2025년 이후 노인의료비 문제로 현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미래의 의료제공체계가 지향할 방향을 정립하지 못하면 국민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불필요한 입원(사회적 입원)과 입원의료 이용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중심'의 통합의료체계와 1차 의료를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 원장은 "만성질병을 갖고 있는 노인이 가정에서 1차 의사의 진료와 방문간호사의 도움으로 의료상의 문제와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1차 의사를 중심으로 방문간호사·영양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요양보호사·가사도우미 등이 팀을 이루는 1차 의료팀을 구성·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지난 6월 10일 서울요양원에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치매 환자·가족·종사자들과의 간담회. 문 대통령은 "치매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이 원장은 "환자의뢰체계·진료권 설정 등을 소비자들이 적절한 시점에 최적의 의료서비스 이용과 연계가 가능한 의료이용체계의 발전 방향과 장·단기 의료이용 필요량을 추계하고, 의료인력·의료시설·장비 등 의료공급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면서 장·단기 의료계획 수립에 무게를 실었다.

"의료체계를 미래의 발전방향에 따라 원활하게 개편할 수 있도록 적정수가를 책정하고, 적정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힌 이 원장은 "급성기 병상의 감소와 사회적 입원을 줄이는 목표를 설정할 경우, 만성질병으로 입원했을 때 입원기간이 길어지면 과감하게 수가를 낮추어 병원이 장기 환자를 입원시키면 적자를 면치 못하도록 함으로써 병상 수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중보건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공공보건의료라는 한국형 용어를 사용해 대상이 대중인지, 개인인지 헷갈리게 만들었고, 그 결과 전국의 보건소들이 사업효과가 당장 눈에 띄지 않는 공중보건사업 대신 사업효과가 당장 가시화되는 의료만 치중한 결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보건소의 위상을 찾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신의료기술의 도입을 방지하고, 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의료 질이 모든 장소에서 균등해 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도 주문했다.

"의료의 관료화나 의료이용자들의 불만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보험자의 전략적 구매 역할을 강화하고, 보험관리의 분권화를 통해 의료체계에 대한 의료소비자의 참여·시스템의 투명성·의료소비자의 책임 의식·1차 의료의 기능과 역할·시스템에 대한 만족도·공급자의 반응성· 공급자 선택권·접근성과 진료대기 등을 통해 의료체계의 반응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 2017년 4월 27일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로 구성된 젊은의사협의체와 김용익 민주연구원장 정책간담회. 젊은의사협의체는 '환자 안전'을 위한 '전문가 중심' 조직적 개편을 위해 △보건부 독립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활성화 △의사 면허 자율규제권 부여 등을 제안했다. 보건의료정책심의원회는 2010년 3월 국무총리 산하에서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된 이후 한 번도 구성되지 않았다.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의료발전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보건의료발전계획이 확정되면 이를 기초로 하여 보건의료와 관련된 소관 주요 시책의 추진방안을 매년 수립·시행해야 한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은 ▲보건의료 발전의 기본 목표 및 그 추진 방향 ▲주요 보건의료사업계획 및 그 추진 방법 ▲보건의료자원의 조달 및 관리 방안 ▲지역별 병상 총량의 관리에 관한 시책 ▲보건의료의 제공 및 이용체계 등 보건의료의 효율화에 관한 시책 ▲중앙행정기관 간의 보건의료 관련 업무의 종합·조정 ▲노인·장애인 등 보건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사업계획 ▲보건의료 통계 및 그 정보의 관리 방안 ▲그 밖에 보건의료 발전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 등을 담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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