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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중심체계' 유지하면 한국 의료 '붕괴'

'병원중심체계' 유지하면 한국 의료 '붕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9.0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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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중심체계 전환해야 고령화·만성질병·저성장 대응 가능
이규식 명예교수 "1차 의료 강화 위해 의학교육 과정 개혁해야"

▲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건강복지정책연구원

고령화·만성질병·저성장경제라는 3각 파도가 밀려오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병원중심체계'를 유지할 경우 의료체계는 물론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제도마저 붕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이 발행하는 <ISSUE Paper> 최근호에 '의료체계 개편과 1차 의사 양성의 혁신 방향'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의료체계는 병원중심으로 돼 있어 고비용을 부채질하고 있고, 의사 양성도 병원중심체계에 부합하게 전문의 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고령화·만성질병·저성장 경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병원중심체계를 버리고 지역사회 중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병원중심체계를 지역사회중심체계로 전환하고 있는 유럽·일본 등의 움직임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2012년부터 병원종결형 의료를 지역종결형으로 바꾸고, 의료·요양·복지·주거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고 밝힌 이 명예교수는 "병원중심의료를 지역사회중심의료로 바꾸려면 1차 의료를 강화하고, 1차 의료를 중심으로 의료와 사회서비스를 통합 제공해야 한다"면서 "의료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한 인력은 1차 의사이며, 1차 의사는 통합적인 의료와 연속적 의료의 조정자 역할과 함께 환자가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도 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차 의료도 급성기 중심의 문지기 역할에서 고령화와 만성질환에 맞춰 조정자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만성질병에서는 치료(cure)와 돌봄(care)서비스의 통합 제공하는 새로운 의료체계의 등장과 함께 예방이나 건강증진을 통해 건강한 삶을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밝힌 이 명예교수는 ▲통합 ▲환자중심 ▲인구집단 중심 ▲질 향상 ▲접근성 등을 1차 의료의 역할로 제시했다.

"1차 의사는 다학제적 협력·케어의 연속성·협력 진료가 요구되기 때문에 의료체계의 문지기가 아니라 의료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힌 이 명예교수는 "1차 의료 내용은 1차적인 진료서비스 외에 예방서비스·보건교육·건강증진·1차 정신보건·지역사회 방문 간호·치과·응급의료 등을 포함해야 하고, 특히 노인성 질환에 대한 임상적인 경험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1차 의료는 연계된 구조 속에서 새로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단독개원보다는 팀 접근의 중요성에 무게를 실은 이 명예교수는 "팀에는 의사들의 공동개업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직종(방문간호사·물리치료사·보건교육사·영양사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1차 의료팀을 구성해 의료와 사회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지역사회중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1차 의료 체계적 접근 연구보고서(Boerma and Kringos, 2015년)

이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통합 또는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체계로 전환해야 하지만 핵심 역할을 하는 의료인력 교육방법과 내용은 여전히 40년 전인 1970년대에 머물러 있다"며 "1차 의사 양성 방법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차 의사를 활성화 하기 위해 1차 의료를 담당할 의사의 자격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이 명예교수는 "원칙적으로 일반의(GP)와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개원 전문의 가운데 일정한 조건을 갖춘 의사에 한정해 1차 의사로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반의의 경우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하면 개원하는 제도를 고쳐 2년 간 공공병원에서 임상을 거쳐 1차 의사로서 역할에 대한 훈련을 거치도록 법제화하되, 훈련 비용은 정부가 부담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 개원 의사가 1차 의사로 활동하고자 할 경우 보수교육 이수 후 1차 의사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차 의사 양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제안했다.

이 명예교수는 "정부는 1차 의사 양성을 관리하는 기구를 만들어 의대 졸업 후 일반의에 대한 인턴 교육 관리와 가정의학 전문의·기존 개원의에 대한 보수교육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1차 의료와 관련된 의학교육과 의사훈련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명예교수의 발표에 대해 박재현 성균관의대 교수(사회의학교실)는 "1차 의료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 1차 의료의사 자격제도 도입, 공유 가능한 전자차트 활성화, 1차 의료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도구 개발 및 지원, 1차 의료의사의 연구 역량 강화, 팀 기반 1차 의료 모델 지원 등의 정책을 확립해야 한다"면서 "1차 의료 의사가 제대로 된 1차 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데 의료계뿐만 아니라 의대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대생이 지역사회 1차 의료를 경험하고, 실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박 교수는 "의대 교육과정에 1차 의료 시스템 구축과 지역사회의학을 연결하는 통합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공의 수련과정에 대해서도 "현재의 인턴 교육과정을 개선해 1차 의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모든 의사가 일정 정도 1차 의료에 대한 수련을 받은 후 1차 의료에 종사할 수 있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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