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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1인실 급여화...분만 인프라 붕괴 '핵폭탄'

기사승인 2017.09.22  20: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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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부인과학회, "의학적 요소도 아닌데 급여화는 잘못" 지적 원칙 없는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될 판

배덕수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문재인 정부가 산부인과 분만 상급병실(1인실)료를 급여화 하겠다고 하자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산부인과 인프라를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학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나라 임산부들이 진료비 걱정 없이 건강하게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임산부 1인실 급여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학회는 의학적 비급여도 아닌 1인실(상급병실) 비용을 급여화 하겠다는 것은 건강보험재정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이며, 그나마 분만을 유지해오던 병원들이 문을 닫게 하는 결과를 낳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덕수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은 2017 추계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1인실 급여화 정책은 오히려 임산부들이 역차별을 받는 현상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출산 인프라 붕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이사장은 "그동안 산부인과는 낮은 분만수가에도 초음파, 난임시술, 상급병실료 특진 등 비급여로 연명했는데, 이를 모두 급여화하면서 버틸 수 있는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급여화를 하더라도 적정한 수가가 보장돼야 하는데, 원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다 보니 산부인과는 심각한 충격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배 이사장은 "상급병실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 의학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닌데,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과 산모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인실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초음파 급여화가 '폭탄'이었다면 분만 1인실 급여화는 '핵폭탄'급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 하겠다는 정부가 의학적 요소도 아닌 1인실을 급여화 하겠다는 것은 정책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며, 가혹할 정도의 수가인하는 아니더라도 수가를 인하하겠다는 보건복지부장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배 이사장은 "정부가 1인실 수가를 어느 수준으로 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분만의 90% 이상이 개인병원에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파급효과는 상당히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산부들의 역차별 현상을 초래하고, 산부인과 붕괴 우려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배 이사장은 "학회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인실 비용은 최소 5만원에서 최대 5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1인실 수가가 평균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경우 5만원을 내고 1인실을 이용했던 임산부들이 역차별을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형병원의 경우 임산부들이 서로 1인실을 이용하겠다고 요구할 경우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배 이사장은 "대형병원은 수가가 관행수가보다 낮게 책정되더라도 상급병실을 없애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고, 종합병원의 경우 수가가 낮게 책정되면 1인실 운영을 중단할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해 결국 임산부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국, 호주, 캐나다의 경우 1인실 급여화는 의학적 요소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으로 사용하지 않고 사보험에서 커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정부가 1인실 급여화를 무리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라 산모들이 상급병실을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만들어 혜택을 주는 정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배 이사장은 "산부인과와 관련된 정책은 전공의 지원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초음파 급여화, 1인실 급여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산부인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최근 줄어든 것으로 조사돼 앞으로 산부인과 의사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걱정했다.

따라서 "일본은 1년에 분만을 100개만해도 병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한 것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산부인과 상황이 좋아지지 않다면 정부차원의 보조가 분명히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이사장은 "적절한 보완대책 없이 산부인과 병의원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한 임산부 보장성 강화정책, 특히 1인실 급여화 정책을 학회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며 "장기적인 안목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배재한 섣부른 정책은 의사화 환자, 그리고 정부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배덕수 이사장은 초음파 급여화와 보조생식술 급여화에 대한 대비를 잘 한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배 이사장은 "지난해 임산부 초음파 급여화에 대비해 적정한 수가와 기준을 정해 임산부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급여화로 인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손실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초음파 급여화는 개원가·병원에서 큰 무리 없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오는 10월부터 시작될 예정인 보조생식술 급여화에 대비해 적정수가와 기준을 만들어 난임 부부들의 난임시술 비용은 줄이고, 우리나라의 뛰어난 난임시술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는 급여수가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배 이사장은 "초음파 급여화와 보조생식술 급여화는 모든 병의원들이 만족할 수 없는 수준으로 수가가 책정됐지만, 그나마 산부인과의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것은 다행스럽다"며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의학발전에 차질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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