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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포괄적 지도·감독했다면 간호사 채혈 문제없다

기사승인 2017.10.20  12: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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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 의료법 위반 인정한 검찰 기소유예처분 취소
"자의적 검찰권 행사로 평등권·행복추구권 침해" 판시

▲ 헌법재판소
의사의 포괄적인 지도·감독 하에 이뤄진 간호사의 채혈 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A간호사가 지방검찰청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217헌마491)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사건의 발단은 B씨가 2016년 3월경 음주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B씨는 호흡측정에서 혈중알콜농도가 높게 나오자 채혈을 통한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할 것을 요구했다. 
 
C병원 응급실에 근무하고 있는 A간호사는 경찰 입회하에 혈액을 채취했다.
 
혈중알콜농도에 따라 B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 벌금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B씨는 A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를 받지 않고 채혈, 의료법을 위반했으므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B씨는 항소심 재판부가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자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결국 기각, 판결이 확정됐다. 
 
B씨는 소송과 별도로 관할 지자체에 A간호사가 의사의 지시·감독 없이 채혈행위를 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관할 지자체는 A간호사와 병원 대표자 C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A간호사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면서 기소유예로 불기소처분하고, 병원 대표자 C씨에 대해서는 의료행위를 지시·감독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어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처분 했다. 
 
A간호사는 "채혈할 당시 담당의사가 당직 근무 중이었으므로 의사의 감독이 있었고, 절차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채혈했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검찰은 "채혈 당시 의사가 응급실에 있었는지, 채혈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채혈대장에 채혈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으며, 의사와 간호사의 서명란이 아예 없었던 점에 비추어 관행에 따라 의사의 지시·감독 없이 임의로 채혈한 것"이라며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대법원 판례(2001도3667 판결)를 인용, "간호사가 '진료의 보조'를 함에 있어서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족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할 것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보조행위인지 여부는 그 보조행위의 유형이나 환자의 상태, 간호사의 숙련도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진료 내지 건강검진에 수반한 채혈의 경우 이를 통해 질병의 예방 및 조기발견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신뢰한 피검진자의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을 가진 의사의 지도·감독이 필요하지만 통상 채혈은 간호사에 의해 특별한 위험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가 채혈행위 현장에 입회해 일일이 지도·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의사의 포괄적인 지도·감독하에 간호사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사건 병원은 관공서의 업무협조 요청에 따라 음주측정을 위한 채혈을 시행하여 왔고, 음주 채혈의 경우 동행한 경찰관의 입회 아래 간호사가 미리 약속된 처방(현장에서의 개별적인 의사의 지도·감독이 없더라도 포괄적인 지도·감독에 따라 간호사가 직접 채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따라 채혈해 온 점 ▲음주채혈에 대한 동의서를 확인한 후 경찰관이 주는 음주채혈키트를 받아 채혈을 하고 채혈자난에 서명한 점 ▲채혈행위 당시 응급실에 당직 의사가 근무하고 있었고, 당직 의사는 채혈행위가 음주측정을 위한 채혈에 해당하는 것임을 알고 있어 채혈 중 응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대처가 가능한 점 등도 짚었다.
 
헌재는 "채혈행위는 간호사의 진료보조행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한 행위이거나 또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많다"면서 "채혈행위가 간호사로서의 정당한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또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수사와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이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앞서 대법원은 보험회사의 방문검진 위탁계약에 따라 방문간호사가 보험가입자의 주거에 방문해 문진·신체계측·채뇨·채혈 등을 실시한 행위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결(2010도5964)한 적이 있다.
 
대법원은 "건강검진은 피검진자의 신체부위의 이상 유무 내지 건강상태를 의학적으로 확인·판단하기 위하여 행하여지는 것으로서 이를 통하여 질병의 예방 및 조기발견이 가능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을 가진 의사가 행하지 아니하여 그 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신뢰한 피검진자의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이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대법원 판결 이후 일일이 의사가 방문검진에 입회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검진과정을 의사 주도 하에 지도·감독하지 않거나 검진결과서를 의사가 직접 작성하지 않으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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