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 통한 기술개발 화두...이에 맞는 생명윤리 원칙 부재
'생명공학과 윤리적 상상력 글로벌 회담'서 '10대 윤리원칙' 합의
최근 유전자가위를 통한 기술개발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이에 맞는 생명윤리 원칙이 부재했는데, 30개국 생명공학자 200여명이 '인간세포 생명공학 활용 윤리원칙'을 정립해 눈길을 끌고 있다.
생명공학 윤리원칙에 대한 논의는 2015년부터 진행됐으며, 각 나라 전문가들이 지속적인 논의와 협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안전성에 논란이 일고 있는 GMO와는 달리, 보다 정교한 개입이 가능한 유전자가위가 최근 각광 받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가위는 질병에 강한 가축과 고부가가치 농산물 생산 뿐 아니라 암, 유전질환 환자에게 적용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즉,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유전자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실험실 연구를 넘어서 지난해 10월, 중국은 유전자가위로 교정한 세포를 인간에게 주입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인간배아 유전자를 마음대로 잘라내고 붙여 조작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다. 또 쉬운 조작으로 바이오 테러 가능성도 높아졌고 유전자 조작 생물체들이 환경에 노출되면서 인간의 환경과 후대에 끼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장밋빛 생명공학 발전은 과학계에서 바라보는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국제적으로도 유전자가위의 남용과 오용은 어떤 규제 장치와 거버넌스 체계가 없다. 인류를 위해 쓰이지만 그 위험성 예방에 지혜를 모을 시기가 됐다.
이에 2015년 5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생명공학 선도국가 대표 200여 명이 '생명공학과 윤리적 상상력 글로벌 회담(BEINGS; Biotech and Ethical Imagination Global Summit)이 열렸다.
중국을 제외하고 생명공학을 실제로 발전시킬 수 있는 30개 국가의 대사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대표단을 추천 받았다. 과학자 외에도 윤리·정책·종교·철학·법·과학언론·환자옹호단체 등 여러 분야 저명한 학자들이 초청돼 윤리적 원칙 합의 도출을 위해 긴 논쟁을 했다.
한국에서는 서울의대 이윤성·박정규·김옥주 교수, 서울대병원 이은주 교수, 인하대학교 박소라 교수, 숙명여대 박수헌 교수, 보건복지부 민선녀 사무관, 보건산업진흥원 이명선 팀장이 대표단으로 참여했다.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기 때문에 의견이 분분했고 결론 도출이 어려웠다. 결국 분과와 팀을 나누고 각국으로 귀국한 후에도 인터넷 등을 통해 회의를 지속하며 공동으로 작업했다.
열띤 토론과 논쟁 끝에 '인간세포 생명공학 활용에 대한 윤리적 원칙' 합의문을 도출해 그 결과를 11월 초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온라인판에 논문으로 게재했다. 이 논문에 김옥주 교수가 기초문 작성자로서, 민선녀 사무관, 이명선 팀장이 검토자로서 공저자로 참여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현재 한국에서 법으로 금지됐지만 최근 사람 배아의 유전자 수정 연구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법 완화 요청을 하고 있다.
이번 논문에 공저자인 김옥주 교수(서울대병원 임상연구윤리센터장)는 "생명공학 기술이 엄청난 해악을 끼치지 않고 인류의 번영과 복지를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각국에서 다양한 분야의 지혜를 모아 만든 가이드 라인"이라며 "전세계적으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지침"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세포 생명공학 활용에 대한 10대 윤리 원칙> ▲ 원칙1: 생명공학 기업은 인간 환경개선 뿐 아니라 질병고통과 자연환경 피해 감소를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