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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타 1상부터 다시...그럴수밖에 없는 이유?
올리타 1상부터 다시...그럴수밖에 없는 이유?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7.12.0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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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이상반응률 낮추고 효과는 유지해야 성공
박근칠 교수 "안전성 측면 경쟁력 높여야" 지적

 
최근 급여승인된 T790M 변이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한미약품의 '올리타'가 저용량(600㎎) 임상 1상을 1일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애초 표준용량으로 확정한 '800㎎'의 이상반응률이 높다보니 이상반응을 낮춘 저용량을 표준용량으로 다시 포지셔닝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다.

저용량(600mg) 임상시험에서 적절한 효능을 유지하면서 낮은 이상반응률을 끌어낸다면 올리타는 국산 글로벌 신약으로의 도약을 모색할 수 있는 모멘텀을 다시 잡을 수도 있어 보인다.

물론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저용량 임상시험에서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표준용량(800mg)에 대한 안전성 이슈만 부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폐암치료 전문가들의 시선은 지난 11월 17∼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ESMO Asia(아시아 부문 유럽종양학회)'에 꽂혔다.

박근칠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가 올리타 관련 최신 데이터인 임상 2상 결과를 이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T790M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162명에게 올리타 800㎎을 하루 한 번 투여한 결과 무진행생존기간(PFS)의 중앙값이 9.4개월로 나왔다. 경쟁약 타그리소의 PFS 중앙값 10.1개월(AURA3)과 간접비교했을때 효과면에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일부 국내 폐암 전문가들은 "지난 8월 발표된 초록에서보다 PFS 중앙값이 연장되면서 타그리소와 견줄만한 효과를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약과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상반응 중 중증이상 반응으로 분류되는 'GRADE3' 이상 등급의 이상반응 발현율이 45.1%로 높다는 점은 문제다.

경쟁약 타그리소는 약과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상반응 중 'GRADE3' 등급 이상반응 발현율이 6%에 불과했다.

물론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경우는 올리타나 타그리소 모두 4%로 낮았다. 이상반응이 발현된 이후 올리타를 감량하거나 대증치료를 했더니 대부분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올리타 저용량 임상시험은 바로 표준용량에서 발생하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상반응률을 낮추기 위해 기획됐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칠 교수 역시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타그리소와 (올리타가) 경쟁하려면 저렴한 가격 이외에 안전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환자에게 표준용량(800mg) 대신 600mg이 투여되고 있는 점도 저용량 임상시험이 필요한 이유다.

박 교수가 발표한 올리타 임상 2상 시험의 PFS 중앙값은 표준용량(800mg)을 투여해 얻은 결과다. 수도권 지역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A교수(종양내과)는 "저용량(600mg)을 투여했을 때 효과가 임상 2상 결과만큼 유지될지 불확실한 면이 있다"며 "별도의 저용량 임상시험 데이터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저용량이 투여되기 때문에 600mg 투여에 따른 효능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저용량 투여에도 이상반응률이 낮아지지 않거나, 효과가 떨어질 경우는 최악이다. 자칫 표준용량에 대한 단점만 부각시키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 쉽다.

이대호 울산의대 교수
이대호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는 "올리타 600mg 임상은 일종의 모험"이라며 "무작정 저용량 임상에 들어가기 보다는 미리 용량과 이상반응간의 연관관계를 검토하고 들어가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조건부 승인과 급여승인까지 받은 800mg보다 애초 600mg으로 임상시험을 했었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경쟁약 타그리소보다 늦은 개발 일정 탓에 최적 용량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미약품은 일단 저용량 임상시험을 통해 올리타의 또다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저용량 임상시험을 계기로 다시한번 올리타가 도약의 계기를 잡을지 임상결과가 주목된다.

문제는 저용량 올리타 임상시험 역시 표준용량 임상시험과 마찬가지로 환자모집이 쉽지 않다.

T790M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가 두 개가 급여승인된 상태에서 굳이 대조군에 배정돼 급여된 최신 치료제를 투여받지 못할 위험을 감수할 환자가 없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이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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