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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3만 명 서울 한복판서 "문케어 원점 재검토"
의사 3만 명 서울 한복판서 "문케어 원점 재검토"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7.12.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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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비대위,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성황리 개최
수가 정상화 로드맵 등 대정부 요구 공식 발표

▲ 10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약 3만 여명의 의사들이 '문케어 재검토'를 촉구하며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행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반대하는 의사들의 함성이 주말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울려퍼졌다.

의협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0일 오후 1시부터 서울 대한문 앞에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우천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집결한 약 3만여 명의 의사들은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사용 허용 입법에 대해 강력한 저항의 목소리를 표출했다.

이날 비대위는 대정부 4대 요구 사항 및 16개 세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우선 급여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수가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설정하고, 공정한 수가 협상 구조 마련 및 협상 결렬 시 합리적 인상 기전 마련을 요구했다.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한 요양기관 종별 가산료 재조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비급여의 급여화 및 예비급여를 원점에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의료계와 협의 하에 우선순위에 따라 보장성을 강화하고, 중증의료·필수의료·취약계층에 대한 보장성 강화, 급여전환위원회 신설 및 급여평가위원회의에 의협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 ⓒ의협신문 이정환
세 번째로 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비대위는 의료법상 면허종별에 맞는 의료행위 규정과 복지부 내 의사결정 투명화, 의과 한의과 건강보험 분리 및 한의약 정책과 폐지, 한약을 포함한 한방행위의 과학 중심 기반 검증과 한약 성분 공개 및 처방전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방 의료행위 급여화 논의 전에 생애 주기별 한방 의료 서비스에 대한 과학적 검증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소신진료를 위한 심사평가체계 및 건보공단 개혁을 요구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건보공단과 심평원 예산편성에 공급자 참여하는 예산심의위원회 신설 △급여기준 및 심사기준 전면 수정 △신포괄수가제 확대 정책 폐기 △중앙심사조정위원회의 개방적 운영으로 투명성 확보 △심사실명제 △의료기관 현지조사 제도개선 △임의적인 건보공단 현지확인 근절 등을 제시했다.

이필수 비대위원장은 집회 현장에서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칼바람이 살을 에는 추운 날에 의사와 예비 의사인 의대생들까지 모인 것은 우리 자신과 국민 건강의 미래가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왜곡될 대로 왜곡되어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이제는 붕괴할 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이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이전에 급여가 정상적일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 건보공단의 본분을 망각한 현지조사는 의사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으며, 원칙 없고 무분별한 삭감에 의사들은 병원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약속한 수가 현실화를 위해선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은 수가를 보장해주겠다고 말하지만, 건정심은 여전히 저수가를 조장하는 거수기의 역할만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방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 보장성 강화정책에 생애 주기별 한방서비스가 포함됐다.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의 위험에 국민이 노출돼 있다"며 한약·한방행위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아 일차의료가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는 정부가 국민 몰래 신포괄수가제를 시행해 환자의 치료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사진 왼쪽부터 이필수 의협 비대위원장,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임수흠 의협 대의원회 의장,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 ⓒ의협신문 김선경
이 위원장은 "국민 건강을 책임질 의료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의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국민을 더욱 단단히 지켜줄 수 있도록 의사들의 주장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궐기대회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오후 12시 30분 식전 공연에 이어 1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필수 의협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회사에 이어 추무진 의협회장, 임수흠 대의원회 의장, 김숙희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의 격려사와 현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하는 영상물 상영 등이 있었다. 기동훈 비대위 부위원장(홍보위원장)과 이용민 비대위원(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최대집 비대위 투쟁위원장, 최상림 비대위원, 류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장 등의 연설이 대회 열기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오후 3시경부터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대한문에서 세종 로터리, 광화문 로터리, 내자 로터리, 신교 로터리, 효자치안센터로 이어지는 약 2.5km를 도보로 행진한 뒤 청와대 앞 100m 지점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가한 의사 회원들은 비대위 투쟁위 김승진 사무총장과 김태화 전문위원의 선창을 따라 '저질 의료 양산하는 문재인 케어 중단하라', '국민건강 보장하는 적정수가 보장하라', '의료계 무시하는 포퓰리즘 문재인 케어 즉각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 ⓒ의협신문 김선경
이날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한국의 건강보험시스템은 의사의 희생으로 이뤄진 것이다. 해방 이후 의사는 몸과 마음을 바쳐 일본 의사의 3배, 미국의사의 10배를 일했는데도 왜 통제와 직역이기주의 비난 대상이 되어야 하나"라며 "우리는 의료노비가 아니다. 의사가 원하는 것은 의사도 인간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의료전문가로 존중해 달라는 것 뿐"이라고 성토했다.

또 "과학적·합리성없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은 환자 목숨과 건강위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보장성을 강화한다며 의사의 자율권을 배제하는는 정책에 항거해야 한다"면서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더이상 희생당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당한 요구받아들여질때까지 함께 전진하자"고 호소했다.

임수흠 의협 대의원회 의장도 "민간의료기관을 마치 자신의 소유인양 억압하고 통제하는 관치의료 구조 하에서도 의사는 묵묵히 의료현장을 지켜왔으나 오늘 이렇게 거리로 나오게 됐다"며 "국민에게 박수만을 받을 욕심에 무책임한 정책을 밀고 나가고 있다. 의사들의 희생으로 버텨온 우리나라 의료는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또 "말과 생각으로만 개혁하고 투쟁하지 않겠다. 한 사람의 민초로서 뜨거운 가슴과 강한 행동으로 온몸을 던져 싸우는 투사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특별시의사회 김숙희 회장도 "의사는 주말도 없고 정해진 진료시간도 없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 40시간만 근무하면 전국 병원이 모두 망한다"며 "건강보험, 포괄수가제, 의약분업 모두 의사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보장성 강화와 전면 급여화 정책으로 또 다시 의사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전면급여화 비용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해야 한다. 낮은 의료수가에 무차별한 삭감으로는 제2의 이국종 교수는 없다. 건강보험이 무너지면 세계 최고 의료인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다 무너진다"면서,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허용법에 대해서도 "한의사들은 초음파·엑스레이 쓰고싶으면 의대 들어가 제대로 배우고 의사면허 따서 하라. 국민 상대로 실험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민 비대위원(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사용 허용 입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소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방사를 의사로 인정하는 나라다. 대한민국은 한방사의 천국"이라면서 "저들은 이제 국회에 직접 로비해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허용법이 잠시 유보됐지만 완전히 철폐된 것이 아다. 정신차리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기동훈 의협 비대위 부위원장(홍보위원장), 이용민 비대위원(의료정책연구소장), 최대집 부위원장(투쟁위원장), 류환 의대생 대표, 최상림 비대위원. ⓒ의협신문 김선경
또한 "한의사가 엑스레이 등 의료기기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의사코스프레'가 목적이다. 스스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일단 의료기기를 들여놓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고 진단과 치료에 대한 책임감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케어에 생애주기별 한방치료가 포함된 데 대해서도 "의학적 타당성·효율성도 검증돼 있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의학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한방의 시도는 한방 건강검진, 치매 진단 및 치료, 난임치료 시범사업 등 끝이 없다. 하나를 침탈하면 이를 교두보로 삼아 안방까지 넘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재인케어의 핵심적인 문제가 '자유의 억압'이란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최대집 비대위 투쟁위원장은 "의사에게 문제인케어가 지니는 최악의 결과는 자유의 완전한 박탈"이라면서 "모든 의료행위를 국가와 정부가 강제로 통제하겠다는 '전면 급여화'는 의사의 직업 수행 자유를 본질적으로 박탈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비급여 전면급여화는 우리가 죽고사는 문제다. 대부분 중소병원은 즉각 도산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의 최소 40% 가 단기간 내에 파산하게 될 것이다. 밥그릇 싸움, 직역이기주의 따위 소리는 집어치워라. 우리의 밥그릇을 지키는 투쟁은 정의로운 생존 차원의 투쟁이다"라고 말했다.

총액계약제에 대한 경계심도 나타냈다. 최 위원장은 "비급여 전면급여화를 저지하지 않으면 총액계약제, 신포괄수가제로 간다. 다시 한번 노예가 되는 것"이라며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의 종착점인 총액계약제는 의료계가 목숨 걸고 싸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최상림 비대위원은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문만실을 폐쇄할 수 밖에 없었던 소회를 밝혔다. 최 위원은 "의대와 수련병원·종합병원에서 14년간 익힌 의학지식은 건보공단·심평원 직원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다. 한 두 가지씩 비급여를 늘이고, 병실료 차액과 식대로 운영수지를 맞춰 나가다 급기야 2007년부터 분만하지 않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국민 의료비 증가가 마치 비급여 때문인 양 여론을 호도하며 '병원비 걱정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희생을 감수하며 국가 의료보험제도를 근근이 떠받혀온 의사들을 하루아침에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예비의사인 의대생들도 목소리를 냈다. 류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회장은 "의사가 됐을 때 교과서대로 소신 진료를 하지 못할까봐, 양심에 어긋나는 의사가 될까봐 두렵다"며 "의대생들도 행동하고자 한다. 오로지 환자와 국민만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궐기대회는 이필수 비대위원장의 정리 발언을 끝으로 오후 5시 20분경 모두 마무리됐다. 이 위원장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늘 이 자리는 투쟁의 마지막이 아니다. 의사들의 진정성 있는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부가 계속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제2, 제3의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총궐기대회는 주말 서울 도심 한 가운데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였으나 돌발사고, 혼잡 없이 질서정연하게 이뤄졌다. 비대위는 시도의사회에서 상경하는 버스의 승하차 위치를 사전에 면밀히 배치하고 비옷,깔개 등 물품을 지급하고 시도별 부스를 설치하는 등 참가자의 안전과 편의에 만전을 기했다.

대회에 참석한 서울시의사회 소속 한 회원은 "집회에 참석해보니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하게 됐다. 일회성으로 끝내지 말고 의사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손창용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비급여를 급여화 하는 정책이 당장 국민에게는 달콤한 환상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도 무너져 내리고 있는 의료의 인프라를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목이 메인다"고 말했다. 손 부회장은 "전국의 의사회원들이 의료의 백년을 지킨다는 단심으로 추운 겨울을 뚫고 모인 것이다. 제발 정부는 의료를 지키자는 우리의 충심을 매도하지 말고 포퓰리즘에 닫혀버린 마음을 열고 귀기울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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